(인터뷰)"소득과 집값 거리 줄이기, 생존의 문제"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
"임대료 가격규제 더 미룰 수 없어..'착한 공인중개사' 양성할 것"
2013-10-07 17:01:15 2013-10-07 17:29:08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를 처음 만난 날은 행복주택 첫 주민공청회가 있었던 지난 6월 12일이다.
 
뜻하지 않은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2시간 가까이 지연됐던 패널토론이 시작되던 찰나.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의 주거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취지로 발언을 시작한 권 대표 앞을 목동에 사는 한 주민이 막아 섰다.
 
항의의 뜻으로 공청회장에서 퇴장하던 중 권 대표의 발언을 듣고 다시 돌아온 것.
 
자신 또한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이 주민은 격앙된 목소리로 "십수년간 벌어 모은 돈으로 힘들게 마련한 집의 자산가치가 위협받고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주요 주거복지 정책에 대한 세대 간 입장 차이를 확연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7.24후속조치와 8.28전월세대책을 발표했다.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매매·전세가와 거래량 변동, 부동산 중개업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근거로 정책 효과를 가늠하고 있다.
 
주거복지에 대한 정책적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이해당사자인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의 목소리는 '과소대표'되고 있지 않을까.
 
권지웅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때와 맞지 않게 반짝 늦더위가 찾아온 지난 4일,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관계로 본인도 오랜만에 찾았다는 마포구 노고산동의 민달팽이 유니온 사무실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
 
'집값 바닥론'에 대한 의견부터 시작해 전월세상한제, 도시형생활주택의 임대주택 활용 등 뜨거운 주거복지 현안에 대한 입장도 들어봤다. 하루 일과, 향후 내집마련 계획, 임금 등 다소 개인적인 질문들도 이어졌다. 첫 선을 앞두고 있는 주거복지사 양성사업(더 나아가 '착한 공인중개사 프로젝트')은 부동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최봄이 기자)
 
◇"경기부양해 부동산 살리기, 실패했는데 또?!"
 
-행복주택 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한 바 있다. 이후 행복주택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조언을 하거나 논의에 참여한 일이 있나.
 
▲공청회 이후 국토교통부 주최 간담회에서 시민단체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행복주택 적정 임대료 등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주거비 부담이 쉽지 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국책사업인 만큼 최소한 공공임대주택 수준에서 적정 임대료가 책정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취임 후 부동산 정책이 3차례 발표됐다.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로서 정부 정책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조의 정책을 계속 시행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똑같은 기조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소득과 주거비(임대료 또는 주택 매매가)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 대신 가격은 유지하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주거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행복주택 때도 이와 관련한 언쟁이 있었다. 현재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중장년층 입장에서는 집값이 폭락하는 것보다 최소한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물론 사회계층별 이해관계는 다르다. 하지만 '생존의 문제'가 달렸다면 (주거불안 계층의 주거권을)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청년들은 '집을 더 쉽게 구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근거지를, 안전한 보금자리를 아예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소한 이런 문제는 해결한 후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가격규제 없이 바우처 주면 고평가된 월세 긍정하는 셈"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공실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집을 못 구하는 청년들이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나.
 
▲주택의 공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걸 시장에 맡겼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소형주택이 정말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급을 장려했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월세가 청년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비싼 것이 문제다. 보통 원룸 월세를 책정할 때 공실이 30% 발생하는 걸 감안해서 공사비나 대출이자를 임대료로 상환할 수 있도록 계산한다고 한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비싼 월세를 받으면 30% 공실이 나도 손해가 나지 않는 것이고 대출을 갚으면 부동산 자산을 온전히 소유하게 된다. 때문에 더 저렴하게 많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이 공급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라고 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차라리 행복주택을 짓지 말고 도시형생활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주택바우처를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이런 대안은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실패했던 정책을 답습하면 안 된다. 가격규제 없이 주거비용을 지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세가 규제 없이 전세금이 부족하면 이를 빌려줬다.
 
대학생에게 전세자금대출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하자 4000만~5000만원 수준이던 전세 시세가 7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된 것이다. 제도의 수혜를 받는 학생들은 도움을 얻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그냥 전세가 부담이 더 커진 것이 된다. 전세 재계약 시 5% 이상 인상할 수 없다는(전월세상한제) '작은 배려'만 있었어도 훨씬 더 좋은 정책이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택 바우처 제도도 마찬가지다. 주택가격을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월세비용 15만원을 지원하게 되면 현재 고평가돼 있는 월세 60만원 원룸 임대료를 긍정하는 것이 된다. 주택바우처를 계속 확대하지 않는 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거취약계층은 살기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사진=최봄이 기자)
 
◇전월세상한제 국회통과, 꼭 돼야 하는 이유?
 
-전월세상한제 이야기가 나왔다. 얼마 전 전월세상한제 입법발의(서기호 정의당 의원)에 뜻을 모았는데 문제는 통과 가능성이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나.
 
▲18대 국회에서도 계속 논의가 되고 사실 여야합의도 됐던 부분인데 정부에서 계속 막아섰다. 지난 1989년에 전세계약 시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뒤 전셋값이 폭등했던 전례를 반복적으로 들면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가격은 88년에도, 87년에도 올랐다. 3당 합당, 인플레이션 등 당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제도 변화때문에 전셋값이 폭등했다고 볼 수도 없다. 아울러 91, 92년에는 전셋값 상승세가 한 자릿수로 안정됐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계속 89년도 이야기만 한다.
 
이제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언제까지 그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된 것만 봐도 5년까지 계약갱신 요구할 수 있는 보증금 제한(서울 환산보증금 3억원 이하)을 아예 없앴다. 그런데 법 개정이 문제가 돼서 임대료가 폭등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일부 우려처럼 전월세 시장에 큰 혼란을 줄 만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전월세상한제는 그동안 규제 없이 계속 폭등해왔던 주택 임대가에 최소한의 규제를 만드는 것인데다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돼도 임대료 인상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집없는 서민을 위해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하면서 정작 서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전월세 상한제는 왜 시행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못 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논의해서 문제가 생길만한 내용이 있다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전월세 상한제는 이번 국회 안에 꼭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왜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반대할까.
 
▲임대료를 제어하면 공급이 줄고 시장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 우려는 주택시장에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가지로 입증됐다. 이명박 정부 때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사도록 다양한 혜택을 줬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 공급이 늘고 임대료가 낮아질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급이 늘었다고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았다.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여전하다.
 
-평소 부동산 관련 뉴스를 관심 있게 볼텐데, 현재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주택시장 규제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 같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한국사회의 근간을 만들어온 만큼 '집값 하락=큰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짙은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소득과 주택가격 격차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중산층에게도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집값이 비싸도 열심히 노력해서 사면 된다.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산다'는 헤게모니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평생에 거쳐 집에 모든 걸 바치는 시대는 지났다. 집이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 되면 집값이 계속 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
 
◇내집마련 계획? "아직 우울해서.." '착한 공인중개사 양성' 기대감
 
-이제 좀 가벼운 질문을 드리겠다.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사무실에 있지 않으면 주로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일한다. 출퇴근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오늘 인터뷰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사무실에 왔다.
 
-임금은 어떻게 받나.
 
▲올해 서울시 혁신활동가 제도에 공모해 선정됐다. 5명의 활동가가 월 100만원 남짓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혹시 내집마련 계획은.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너무 우울하니까..(웃음) 결혼도 아직 먼 일이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 3년간 혼자 힘으로만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에는 성인이면 당연히 혼자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월세 보증금 1000만원 정도를 부모님으로부터 지원 받아 지내고 있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주거문제에 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알리는 일에 관심이 있다. 관련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주거복지사 양성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40시간 정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주거복지사 자격을 받게 된다. 10월 중 참가자를 공개 모집할 계획이고 현재 커리큘럼을 거의 완성했다. 이들은 임대계약, 임대차 분쟁 등 주거와 관련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상담을 해줄 수도 있고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도 도와줄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주거권이 무엇인지, 한국의 주택문제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에 대한 내용을 강의할 수 있는 강사로도 양성하고 싶다.
 
-주거복지사가 주택 중개 업무도 할 수 있나.
 
▲주거복지 상담사 양성 사업이 더 발전하면 이 분들을 '착한 공인중개사'로 만드려고 한다. 임대인이 아닌 세입자 입장에서 중개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협동조합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에 200명의 세입자가 회원으로 가입하면 월 1만원씩 조합에 낸다. 200만원 중 150만원을 착한 공인중개사 월급으로 쓰고 나머지 50만원을 유지비로 지출한다. 그리고 세입자는 별도의 수수료(복비) 없이 새로운 임대주택을 구할 수 있다. 요즘 사실 임대료도 임대료지만 좋은 집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세입자들이 좀 더 양질의 주택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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