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KG모빌리티(003620)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팩 공장 사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BYD와 협력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려던 KG모빌리티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가 창원 엔진공장 유휴부지에 올 초 착공해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한 배터리 팩 공장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KG모빌리티가 지난해 11월 BYD와 배터리 팩 한국 공장 협약을 체결한 모습. 사진 오른쪽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왕찬푸 BYD 회장.(사진=KG모빌리티)
앞서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배터리 팩 공장 설립을 위해 경상남도 및 창원시, KG스틸과 투자와 고용 및 행정 지원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KG스틸은 오는 11월까지 약 7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팩 공장을 설립하고 △신규 인원 충원시 경상남도 및 창원시 거주자를 우선 고용하며 △경상남도 및 창원시는 투자계획에 따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죠. 하지만 8개월여가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입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상반기에 KG측 실무진들과 한번 만난 게 전부"라며 "당시 사업 계획이 확정되면 같이 협의하기로 했는데 아직 사업계획서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애초 이 공장은 KG모빌리티 전신인 쌍용차가 2021년 BYD와 맺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과 팩 자체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 일환입니다. KG모빌리티는 BYD와 손잡고 한국에서 연간 전기차 5만대 분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팩을 생산하고 토레스 EVX와 올해 하반기 양산 목표인 전기 픽업트럭 'O100' 등에 탑재할 계획이었죠.
아직 배터리 팩 공장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지 않으면서 전기차 핵심부품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체계 구축은 물론 친환경차로의 전환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토레스 EVX.(사진=KG모빌리티)
현재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를 비롯해 O100, 렉스턴 후속 대형 전기 SUV 'F100' 등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하이브리드 출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KG모빌리티는 기존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를 출시한 것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완성차 메이커들은 전용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BYD가 국내 배터리 팩 공장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KG모빌리티 전기차를 활용해 LFP 배터리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현재 토레스 EVX에는 BYD 배터리 시스템이 적용돼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가 중국의 한계인만큼 글로벌 우회 진출은 늘어갈 전망"이라며 "중국계 하청공장으로 전략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통해 자정 기능을 잃지 말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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