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워싱턴 리스크'에 美신용등급 강등 초읽기
2013-10-16 15:03:27 2013-10-16 18:29:58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일부 폐쇄사태(셧다운)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간의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오는 17일까지 16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한도를 증액하지 못할 경우 국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돼 실제로 협상이 가능한 시간은 하루정도밖에 남지 않게 됐다.
 
◇여야간 엇박자 계속..상원서 협상 재개
 
하원은 15일 미국 정부가 오는 12월15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임시 예산안을 마련하고 내년 2월7일까지 부채한도를 임시로 증액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는 전날 상원이 마련한 안보다 예산안 사용기한을 한달가량 단축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극우 보수세력인 티파티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공화당 내에서조차 충분한 지지표를 확보하지 못하자 표결은 결국 연기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하원에서의 협상이 난항을 겪자 다시 상원이 팔을 걷고 나섰다.
 
상원의 미치 맥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상원 지도부는 정부를 다시 열고 디폴트를 막기 위한 해법을 찾기로 했다"며 상원에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맥코넬 의원과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며 "합의에 거의 도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에서 사상 초유의 미 정부 디폴트 사태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실제로 디폴트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여야간 대치상황을 협상을 목전에 두고 자기편 몫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또 17일까지 부채한도를 증액하지 못할 경우에도 실제로 미 정부의 현금이 고갈되는 시점까지는 다소간의 여유가 있어 실제 디폴트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오는 22일~31일 사이에 미 정부의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 美 신용등급 강등 경고..'부정적 관찰대상' 편입
 
예산안과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미국 정부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실패할 경우 현재 AAA인 미 정부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지속적인 대치상황은 미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는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또 미국의 부채한도가 빠른 시일 내애 증액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정치권의 지속되는 대치상황이 미국의 디폴트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미 재무부 관계자는 "피치의 경고는 의회가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의회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디폴트 위협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높다..2011년 위기 재연 우려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확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까지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리드 의원은 "부채한도 상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빠르면 오늘 밤 미 정부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신용등급 강등은 당장의 부채한도 증액안 해결 문제와는 상관 없이 이뤄질 확률이 더 높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2월까지 쓸 수 있는 임시 부채한도 증액안과 이보다 기한이 더 짧은 예산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다시 예산안 및 부채한도를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는 성명서에서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검토할 때 합의안이 도출되는 방법과 합의안의 기간을 고려할 것"이라며 "또 향후에 비슷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제너디 골드버그 TD증권 금리 스트래지스트는 "현재 상황은 과거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 직전과 비슷하다"며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대치상황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AAA 신용등급을 가진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 지난 2011년 8월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 정부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S&P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 타결시한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로 떨어뜨린 바 있다.
 
이후 미국 주가는 순식간에 15% 이상 폭락했고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는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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