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권은희 과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관할경찰서였던 수서서에서 송파서로 전보된 후, 후임 수사팀은 권 과장의 수사 판단을 무시하고, 후속 수사에도 미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17일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 과장이 송파서로 전보되기 전에 남긴 수사지휘서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권 과장의 전보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 축소와 은폐를 위해 권은희 과장을 찍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수사지휘서를 보면, 권 과장이 포함됐던 수서서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들이 아이디를 여러개 사용해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IP 변조 등 비정상적인 활동 등을 볼 때 계획적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위해 활동한 것으로 충분히 의심된다고 적시돼 있다. 또 댓글과 게시글에 대한 찬반클릭행위에서도 '목적의지'·'능동성'·'계획성'을 봤을 때 선거운동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권 과장이 송파서로 전보된 이후 후임 수사팀은 기존의 수사 방향을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글 게시의 목적을 선거운동이 아닌 북한비판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판단했고, 댓글 찬반클릭행위도 단순한 의사표시의 소극적 행위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장성욱 기자)
박 의원은 권 과장이 남긴 수사지휘서와 수서서의 검찰 송치의견서를 비교한 결과, 권 과장 전보조치 이후에는 추가로 찾아낸 댓글이 별로 없다며 국정원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권 과장이 전보 조치된 2월4일부터 검찰로 사건을 넘긴 4월18일까지 수사를 미적거리다가 공소시효가 임박해서야 검찰에 선거법 위반 혐의는 없는 것으로 송치해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경찰 수뇌부들은 수사가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인사조치했다고 했는데, 검찰 송치까지 두달반이나 걸렸다"며 "그 기간에 댓글을 30~40개 더 찾아냈으면 열심히 하겠다고 인정하겠다. 권은희 과장이 찾아낸 61개를 18개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임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18개를 추려 발표했는데 여기에서 이정희,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북한 관련 글 4개를 포함시켜 북한 관련 활동을 했다는 국정원의 소명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 위해 권 과장이 남긴 댓글을 왜곡, 짜맞추기 해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벗게 하려 했던 것"이라며 "권 과장의 전보조치가 정기인사였다는 경찰청의 주장은 수사결과 짜맞추기 왜곡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권 과장의 전보 당시 경찰수뇌부는 '1년이 넘어 꼭 전보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당시에도 예외자가 7명이 있었다"며 "당시 권 과장에 대한 전보 관련 보도가 있어서 야당 의원들은 그래서 안된다고 경고까지 했는데 강행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석 서울경찰청장은 "말씀하신 부분들도 다 수사기록에 첨부돼 재판에 계류중이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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