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0일 입지 발표 이후 창원시의 새 야구장에 대한 각종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과 '통합시'라는 특성에 따른 정치적인 논란도 적지 않지만 가장 큰 논란 거리는 역시 '입지'다. 야구장을 지은 후 야구 팬을 포함한 많은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입지냐는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여러 방법을 활용해 입지에 대해 독자들이 평가할 자료를 제공하고 견해를 수렴하며 객관적 기회를 마련한다. 가장 먼저 창원시의 도로정비기본계획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지으려는 옛 진해 육군대학 전경. (사진제공=창원시)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창원시가 새 야구장의 입지로 확정한 곳은 진해구 여좌동 일대에 자리잡은 옛 육군대학 부지다. 육군대학(이하 육대)은 지난 1995년 3군 산하의 대학 통합 작업을 통해 대전으로 이전했고 육대 부지는 현재 군인 가족이 사는 아파트만 위치한다.
창원시는 현재 국방부 소유인 육대 부지의 소유권을 빠르면 2014년말 넘겨받아 창원시 토지로서 토지이용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다만 부지를 넘겨받기 위해서는 풍호동 일대 옛 해군 시운학부 부지에 건설 중인 해군 관사가 완공돼야 한다. 국방부와 창원시가 '맞바꾸기 방식(기부 대 양여)'으로 소유권을 바꾸기로 협의했기 때문이다.
육대 부지를 놓고 소유권의 문제와 현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 문제 등 논란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역시 '육대 부지가 정말 야구장으로 사용하기 적합한 부지인가'라는 점이다. 야구계가 창원시의 입지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문제제기하고 있는 사항이다.
뉴스토마토는 창원시 도로정비기본계획(이하 도로계획)을 입수해 수치 자료와 관련 평가를 살펴봤다.
◇창원시 도로정비기본계획 용역보고서 표지. (사진=이준혁 기자)
도로계획은 10년 주기로 도로 정비 목표 및 방향·건설·관리계획 등을 국토교통부 협의 절차를 거쳐 내놓는 지방도로 분야의 최상위 계획이다. 교통에 대한 국내 최고 권위 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KOTI)가 제작했고, 야구장 논란과 무관하게 제작된 용역 보고서로서 지역 교통을 상세하게 평가했다.
이번 계획은 2011~2020년을 범위로 하나 2012년 12월 발표된 창원시 도로교통과 관련된 최신 전문조사자료이기도 하다.
◇(표1)창원시의 인구·사업체수·자동차수. (자료출처=창원시 통계정보시스템)
◇'창원~진해' 안민터널에 대한 평가
진해는 군사적으로 천혜의 요새로 꼽힌다. 남측은 바다를 바라보고 북측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알맞은 규모 땅도 있다. 이는 진해가 군사도시로 성장한 지역 배경이면서, 대도시로 꼽히던 창원이나 마산과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을 수밖에 없던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진해구와 과거 창원시 영역(의창구)을 잇는 도로망은 터널 1개와 고개 1개가 전부(안민터널·안민고개)다. 과거 마산시 영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도 역시 터널 1개와 고개 1개가 전부(장복터널·장복산길)다. 자연스레 두 터널과 고개가 꽤 중요하게 됐다.
창원시 도로계획에서 의창구~진해구 연결 도로망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서두의 '도로교통 현황 및 문제점'이란 항목에서 창원~진해 도로망의 평가는 "해원로(안민터널)는 진해와 창원을 연결하는 유일한 노선으로 내부통행 차량과 경제자유구역 방면 통과차량 혼재로 상습 지·정체 발생"이란 부정적 문구로 표기돼 있다.
이후 '창원~진해간 접근체계 및 대안검토'란 항목에는 "창원도심과 진해도심간 연결도로는 현재 안민터널에 의존하고 있으며, 안민터널은 도시통합으로 인한 생활권 확대와 부산신항 개항에 따른 화물물동량 증가로 출·퇴근시 혼잡이 가중되고 있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진해구 인구는 창원시 인구의 16.8%(표1)로 소수다. 그렇기에 진해구에 새 야구장을 짓는다면 다른 4개구 연고 주민들의 접근성이 꽤 중요하다.
창원시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이용암 창원시 새야구장사업단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당시 "다만 안민터널 옆으로 제2안민터널이 생기고, 안민터널과 장복터널을 연결하는 양곡~완암간 연결로가 곧 개통돼 야구장에 오가는 큰 우회로가 생긴다"며 "양곡~완암간 도로로 야구장에 올 경우에 이용할 장복터널 일대는 봄철 군항제 기간이 아니면 정체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새로 생길 연결로는 민자도로이나 무료인 구간"이라며 "창원 내에서 오고가야하는 사람들, 특히 야구장을 오갈 사람들은 민자도로란 사실과는 무관하게 무료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실상 평가 가치가 매우 미약한 산길인 안민고개와 장복산길은 물론 마산과 진해를 잇는 주요도로인 장복터널과 관련된 내용은 이번 보고서 상에는 없다.
◇옛 육군대학 부지와 창원·마산 도심을 연결하는 각 도로와 주요 지점의 LOS. (자료출처=창원시 도로정비기본계획(2011~2020))
◇LOS 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현 연결 도로망
보고서에는 창원시 주요 교차로·가로의 교통 상황과 관련해 LOS(Level Of Service)의 형태로 매우 상세히 표기돼 있다.
도로공학의 용어로 흔히 쓰이는 전문용어인 LOS는 교통류 내의 운행 상태를 질적인 정도로 나타내는 지표로, 운전자나 승객들이 느끼는 정성적인 평가를 등급화해 표기한다. LOS는 모두 6개 등급(A 자유 교통류, B·C 안정류, D 불안정접근 교통류, E 불안정 교통류, F 강제 교통류)으로 나누며 'C' 이하의 등급은 도로의 상태가 일정 이상의 문제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기재된 '창원시 주요 가로구간 서비스수준(LOS) 분석결과'를 보면 창원·마산 시가지와 새 야구장 부지로서 정해진 옛 육군대학 부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LOS 평가상 모두 C 이하 등급이 나왔다. 그나마 1개도로 외에는 D등급이다. D등급은 '속도 및 방향 조작 자유도가 매우 제한되며 도로 교통량이 조금만 증가해도 운행상태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평가한다.
'창원시 주요교차로 서비스수준(LOS) 분석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육대 부지 인근인 태백삼거리는 B등급으로 평가됐지만, 이밖의 창원·마산 시가지와 육대 부지를 잇는 축선상의 교차로는 일제히 D 이하의 등급을 받은 것이다.
특히 마창대교를 이용하지 않는한 마산 시가지 출발자가 거쳐야하는 신촌광장은 F등급이다. 시판되는 모든 도로공학 전문서에서 F등급은 '교통량이 지점 또는 구간 용량 등을 넘어서 도로의 기능이 거의 상실된 상태'로 표현된다.
◇진해대로 등 진해구 내 도로망을 경유하는 창원시 수출입 물류량. (자료출처=창원시 도로정비기본계획(2011~2020))
◇창원시 경제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야구장은 매우 많은 관람객이 1~2시간에 걸쳐 몰려들었다 경기가 끝난 이후 1시간 내의 짧은 시간에 빠져나가는 위락 집객시설이다. 북측과 동측에 왕복 8~10차선 규모 광로가 형성된 것은 물론 고속도로까지 접한 인천 문학구장 주변도 경기가 끝난 이후로 경찰이 통제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경기 전후 야구장 주변 정체는 극심하다.
그렇다면 야구장 건설로 창원시 산업교통 측면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도로계획의 발표 시점인 2012년 12월 기준으로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계획의 진해대로는 창원시와 부산 신항을 잇는 주요한 도로 축선으로 표시된다. 진해대로는 양곡IC를 시작해 장복터널, 육대 부지(창원시 새 야구장 예정지) 북측, 경화역, 3호광장(안민터널 남측), 진해구청, 웅동 등을 지나 부산 신항으로 이어지는 주도로다.
그래서 진해대로를 이용한 창원시의 수출입 물동량은 적잖다. 특히 수출 물동량의 경우 진해구를 제외한 4개 구에서 20% 정도가 진해대로를 이용할 정도다.
이같은 현 상황에 대해 '창원시 주요 화물이동 경로(패턴) 유형 분석(지도화) 및 시사점' 항목은 "주력 수출입항만인 부산항(신항) 방면으로는 창원터널, 안민터널 외 운송루트가 미비해 입주업체 대부분 상습적인 교통정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으로 표기한다.
이와 관련해 '요약 및 결론' 항목은 "창원시 수출입 물류활동은 수입의 68.0%, 수출의 75.1%를 부산항(신항 포함)에 의존한다"라고 덧붙였다.
도로계획은 이에 대해 "안민터널을 대체할 수 있는 연결도로 확충(신설)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석동~소사 도로'가 개설될 경우 물류 소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용암 창원시 새야구장사업단장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 당시 이와같은 교통 문제점을 언급하며 "제2안민터널과 얀곡~완암간 연결로 등 도로망을 확충 중이니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창원 새야구장 주변 도로망 확충사업 현황도. (자료제공=창원시)
◇결국 교통망 확충 계획에 대한 실행이 상호 신뢰의 근원
도로계획은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건립할 옛 육대 터 방향의 도로 접근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1~2012년 조사해 2012년 12월 발표한 점을 참작할만 하나 그사이 바뀐 사항은 거의 없다.
창원시는 도로망 확충과 이를 통한 접근성 개선을 확언하고 있다. 하지만 제2안민터널 신설이 정부예산 심의결과 반영되지 않는 등 현재 창원시의 입장에서 야구장이 지어질 시점까지의 연결교통망 확충은 난망하다. 야구계와 다수 시민들이 창원시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불만을 표출하는 이유다.
결국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결교통망 확충작업이 실행에 옮겨져야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다.
교통평론가 한우진 씨는 "야구열차 운행에 대해 코레일과의 관련 협의를 마무리한 이후 발표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코레일이 열차 운행을 거부할 경우, 창원시가 기존 창원시설공단 등을 통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선로 사용료를 내고 야구열차를 운행할 것인지 확실한 의지를 표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창원시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야구장만 있으면, 부작용이 발생해도 장기적으로 다 해결된다는 근거없는 낙관론을 펴는 것 같다"며 "창원시 나름의 비전이나 로드맵, 액션플랜 등이 있으면 좀더 명확히 시민과 야구팬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 A씨는 "(프로야구 10구단 'KT위즈'를 유치한) 수원과 창원이 도시 여건이 다르지만 창원은 관련 홍보도 부족하고 도시의 발전 방향에 역행한 입지선정이었다"며 "입지도 문제긴 하지만 이후 후속처리 또한 문제다. 노면전차, 보행자중심 교통체계, 야구장을 함께 추진 중인 수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스포츠 전문가 B씨는 "과연 창원시가 정말 제대로 된 계획이 있는지 많은 스포츠 관계자들은 궁금해한다"며 "용역보고서 11위 입지를 선정할 당시 신뢰를 잃었고, '이미 결정된 행정 행위이니 해야한다'고 할때 불통을 드러냈다. 11위 입지가 좋은 곳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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