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21일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 배제 논란'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사전 보고 없이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이유 등으로 수사팀에서 배제된 윤 전 팀장(현 여주지청장)의 작심발언이 쏟아졌고,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진땀을 뺐다. 여·야의원들이 송곳질문도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윤 전 팀장에게 "국정원의 SNS, 트위터 문제를 발견하고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느냐"고 묻자 윤 전 팀장이 한 말.
첫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의 질문에 윤 전 팀장이 이렇게 한 마디 하자 수많은 취재진이 일제히 속보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사전보고를 했느냐를 두고 수사팀과 조 지검장 사이에 말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비슷한 추측은 여러 곳에서 나왔으나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긴 처음이었다.
이 한 마디를 신호탄으로 이날 국정감사는 윤 전 팀장, 조 지검장, 이 차장, 여·야 의원간 격렬한 공방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해를 보지 말라?"
윤 전 팀장의 폭로성 발언이 이어지고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여주지청장 자격으로 나온 윤 전 팀장에 대해 수사에 대한 질문 공세를 그만 두라고 하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한 말.
박 의원은 질문이 수사내용이 아니라 수사절차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윤 전 팀장이 양심껏 답변하면 그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국민들이 감사장 일들 보면 오해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맥주마시면서 합니까?"
조 지검장이 지난 15일 밤 국정원 수사 건을 윤 전 팀장이 자신의 집에 찾아와 얘기한 적이 있고, 당시는 보고가 아닌 집에서 식사후 간단한 다과와 맥주를 한잔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였다고 말한 것에 대해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말.
윤 전 팀장은 그러나 이를 분명히 부인하지 않았으나 "차를 한잔 하고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말해 조 지검장의 기억이 틀렸음을 암시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이진한 2차장이 보고라인에 있느냐고 묻자 윤 전 팀장이 한 말. 그러나 곧 이어 이 차장은 "지휘책임자가 맞다"고 반박해 주위를 술렁이게 했다.
이 차장은 조 지검장이 윤 전 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15일과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은 16일, 압수색과 체포가 있었던 17일,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장변경 신청이 있었던 18일 새벽의 일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차장이 윤 전 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조직을 사랑하느냐는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윤 전 팀장이 한 말.
그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고 이어 정 의원은 "진정으로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하극상이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정 의원은 이어 "자기를 있게 해 준 조직을 위해 나갈 때는 조용히 나가야 한다"며 "이게 검찰 조직"이라고 말했다.
◇"저도 부탁…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채동욱 전 총장에 이어 윤 전 팀장에 대한 찍어내기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수사팀 존속을 당부하자 조 지검장이 한 말.
이 의원은 이날 "한국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 특별수사팀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팀이 해체되지 않고 (수사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조 지검장은 "저도 부탁드리겠다. 수사가 정의롭게 이뤄지려면 법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따른 사건들이 법치를 지키는데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그러나 그 또한 지켜내는 것이 법치이니 만큼 그런 법치영역에게 맞겨주시고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버린다는 생각 안해"
윤 전 팀장이 지난 15일 밤 자택으로 찾아와 보고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는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조 지검장의 말.
조 지검장은 "처음부터 우리 수사팀이 열심히 수사해왔고 쉽고, 어려운 수많은 일들을 지내왔다. 보고나 협의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윤 전 팀장)의욕이 과잉 된 것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저는 윤 지청장을 그래도 버리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흠이 치유될 수 있는 흠이면 치유시키고 치유시킬 수 없으면 단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원칙"이라며 "(그런 마음에서)진상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윤 전 팀장의 국정원 직원들 공소제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한 말.
김 의원은 "공소장에 국정원 직원은 댓글 달면 안 된다고 단정해놨다"며 "어떤 댓글이라도 조금이라도 정치적이면 정치관여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달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심리전이라는 게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종북좌파가 정권을 잡으려고할 때 이를 막는 것이 국정원의 임무"라며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일이 아니다. 근시안적인 눈으로 사건을 재단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윤 전 팀장은 "직무상으로 댓글 단 것이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행위는 직무범위 이탈이다. 'Search'에 그치는 게 원칙"이라고 답했다.
◇"재판 중인 사건이라…", "진상조사 후에…"
이날 국정감사에 참석한 조영곤 검사장과 이진한 2차장 검사가 가장 많이 한 말.
◇박영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이날 국감 오전질의를 마치면서 남긴 말.
그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집이 있었다"며 "오늘 오전 국감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대한 수필집에 나오는, 많은 것들을 이 자리에서 서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매우 심통한 국정감사였다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중앙지방검찰청 국정감사(사진=조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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