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구장, 접근이 문제다)②'상습정체' 안민터널, 이용해봤더니
2013-10-22 09:30:30 2013-10-22 09:30:30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1월30일 입지 발표 이후 창원시의 새 야구장에 대한 각종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 배분에 따른 정치적인 논란도 적지 않지만 최대 논란 거리는 역시 '입지' 자체다. 진해구 여좌동 옛 육군대학 터 일대가 정상적 프로야구 경기 진행이 가능한 입지가 정말 맞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 2월부터 30여 차례에 걸쳐서 안민터널과 장복터널을 지나며 터널별 소요 시간에 대해 집계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낮 시각, 주말 아침 등에도 버스를 타고 터널을 넘었다. 터널 통과에 이용한 교통수단은 터널을 통과하는 창원시 노선버스로, 간선은 물론 직행좌석·급행좌석 등의 다양한 형태의 노선 버스다.
 
◇ 창원시 진해구 육군대학 부지에 위치한 해군아파트. 창원시는 옛 시운학부 부지에 해군아파트를 지어서 아파트와 육군대학 부지를 교환한 후 육군대학 부지에 야구장을 지을 것이란 입장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마산 시가지 출발' 장복터널, 그나마 수월한 편
 
마산 야구장이 위치한 마산 시가지 북측에서 진해 시가지로 이동하려면 장복터널을 지나야만 한다. 장복산길을 이용해서 마진터널을 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길이 비좁고 구불구불해 매우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창원시의 모든 버스노선이 장복산길과 마진터널이 아닌 장복터널 통과의 노선이다. 무료인 단거리 직선 터널을 피해서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다.
 
지난 4일 퇴근 시각대 장복터널을 넘었을 때의 출발 시각은 오후 6시 19분. 퇴근 시각이 6시이며 업무 정리 후 직장을 나와 야구장으로 떠난 경우를 설정했다.
 
기자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의 건너편을 출발지점으로 삼았고, 배차간격 10~13분(평일 기준)인 간선버스 160번을 이용했다.
 
당초 급행좌석 860번을 타려 했지만 기자의 정류장 도착 직전에 정류장을 출발했다. 배차간격이 약 40분으로 더 기다리기는 무리였다.
 
160번 버스는 마산 시가지 남측인 월영아파트 인근을 출발해 진해의 구시가지인 터미널 입구까지 운행한다. 진해 구시가지와 마산 일대에서는 가장 흔한 버스노선이다.
 
버스에 승객은 많았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버스 노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행좌석·직행좌석 노선과 달리 모든 정류장을 서는 노선이라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결국 목적지인 진해고 정류장에는 52분이 지난 7시11분에 도착했다.
 
평일 저녁 기준 급행좌석 860번을 이용했을 때는 이보다 짧은 32~38분이 소요됐다. 다만 860번은 고속화된 구간인 진해고가교와 경화고가교를 이용하며 육군대학 부지에서 2㎞ 지나친 경화역에 내려야 한다. 급행좌석으로 일부 정류장만 정차하기 때문이다. 두 노선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산업체가 많은 웅동이나 아파트가 많은 석동과는 달리 전부터 군사도시로서 성장한 진해 여좌동 등의 구시가지는 저녁 시간에 조용했다. 군인 아파트와 교회만 남아있는 육군대학 터도 조용한 분위기였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 중앙시장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월27일 오후 진해구청으로 가던 길에 안민터널에서 촬영한 사진. 낮에는 막히지 않지만 저녁 시간에는 터널 통과에 30여분 소요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창원 시가지 출발' 안민터널, 악명높은 상습정체 구간
 
장복터널이 마산 시가지에서 진해 방향으로 오는 방법이라면, 안민터널은 창원 시가지에서 진해 방향으로 오는 방법이다.
 
안민고개를 넘는 방법도 있지만 길이 비좁고 경사가 매우 가파르며 굴곡도가 극심하다. 지난 9월4일 창원시의회 임시회 당시 시의원이 이를 지적하며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발언을 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요일에만 가끔 운행하는 551번 이외에는 모든 노선버스가 안민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난 1999년 5월1일 개통한 안민터널은 본래 유료 터널이었다. 그렇지만 2008년 7월1일 무료로 전환했고, 이후 통행량이 곱절 수준으로 급증해 현재는 창원시 내에서 악명높은 상습정체 구간이다.
 
안민터널은 당초 기본설계 당시 2013년 3만8440대가 운행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하지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안민터널은 지난해 하루평균 5만5832대가 이용했다. 통행량 과포화 상태가 심각한 것이다. 기존의 안민터널 옆으로 '제2안민터널'의 건설이 추진되는 이유다.
 
창원 시가지와 진해 구시가지를 잇는 버스노선은 많지 않다. 간선 150번과 좌석 751번은 모두 공단로를 이용해 장복터널을 넘었고, 배차간격이 18~25분인 간선 151번만이 안민터널을 통과하며 진해 구시가지로 가는 노선이다. 태백3거리 하차 후 도보 10분 정도 추가로 걸어가야 하는 점을 감안하고 버스를 탔다.
 
그동안 조사를 위해 여러차례 안민터널을 넘어봤지만, 정체는 언제나 심했다. 지난 8~9월 5회를 평일 저녁시각대 넘어봤지만, 터널 통과에만 20~30분 소요됐다. 30분짜리 어학 강의를 하나 들어도 좋을 정도로 터널 통과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자는 지난 봄 창원 시민으로부터 "회사 현관을 6시10분에 나가는 사람이 안민터널을 거쳐 육군대학 부지에 짓는 야구장에 가면 경기에는 4~5회쯤 닿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기차가 아닌 차로 간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8~9월 평일 저녁 5차례 이동 시간은 시청~태백3거리 기준 모두 1시간대다. 
 
◇옛 육군대학 터(창원시 진해구) 주변 통과 시내버스 목록.
 
◇육군대학 부지 고수하려면 교통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그동안 기자는 이용암 새야구장사업단장 인터뷰(기사1, 기사2) 등 새야구장사업단을 방문할 때나 NC 마산구장 홈경기를 취재하러 올 때면 진해 시가지를 오가는 터널을 수차례 통과했다. 터널 남측과 북측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서 하차해 일부러 터널을 오가며 교통을 살피기도 했다.
 
장복터널은 그나마 수월한 소통이었다. 860번은 휴일 아침 25~28분, 평일 저녁 32~38분(마산 신세계백화점 출발, 진해 경화역 도착 기준)으로 거리와 시각대를 고려하면 무난했다.
 
다만 이는 오로지 버스 이용 시간만 계산한 것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 야구장에 가는 시간은 더하지 않았다. 평일 저녁에는 최소한 1시간은 잡아야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자녀와 함께 올 경우 1시간을 넘길 수도 있다.
 
창원시도 안민터널 일대의 정체를 인정한다. 이용암 단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안민터널은 많이 막힌다. 창원시가 제2안민터널을 뚫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고, 맞춤버스와 야구열차를 운행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로와 새로 지을 양곡~완암간 연결로, 장복터널 등을 이용할 경우 안민터널과 진해대로를 타는 경우와 달리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새 야구장이 잘 지어지면 야구를 좋아하는 진짜 야구팬들은 빠른 연결로를 이용해 야구장에 잘 찾아올 것"이라며 "창원시도 야구장 주변 교통체증의 해소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구장은 일반 다량교통유발시설과 많이 다르다. 경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경기의 종료 직후에 일순간 사람들이 모조리 빠져나와서 아무리 광로(廣路)라도 정체는 극심해진다. 그리고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다르게 경기가 자주 열린다.
 
정말로 창원시가 육군대학 부지에 경기장을 짓겠다면 지금처럼 무작정 밀어붙이지 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통문제를 사전에 해결해야한다. 그리고 '말끔하게 다 해결됐다'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과 야구 관련 단체는 물론 통상 관(官)의 눈치를 보곤 하는 대기업 계열의 야구단들이 일제히 '진해 야구장을 쓰지 않겠다'(기사1, 기사2)고 목청을 높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창원시의 '야구열차' 구상은 진해선 무궁화호에서 착안된 것이다. 평일 기준 하루 2회 운행 중인 해당 열차를 손실보전을 통해 운행횟수를 늘려서 야구장을 오가는 시민들이 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철도는 선로가 깔린 지정된 구간만 오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비판도 적잖다. (사진=이준혁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