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질문'의 사전적 정의는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이다. 모르면 물어보고 상대로부터 답을 얻어 알기 위함이다. 하지만 질문 대상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모르면 질문조차 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질문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경험이지만 자신의 본분에 따라서는 용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거래소 국정감사장에서 기자가 느낀 바다.
1년에 한번 국회가 각 기관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 중 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 24일 부산에서 이틀 간 국정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거래소 현안과 관련해 예상했던 질문들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대체거래소(ATS)도입, 독점체제 종료에 따른 국내 시장 경쟁 및 글로벌 거래소들과의 경쟁,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설립, 금거래소 설립 등 예정되어 있는 신규사업들만도 산더미다.
관련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지,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필요한 정부 정책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답하며 기관의 문제점을 짚고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라는 국감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7월 개설된 코넥스시장에 대해서는 그나마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코넥스 시장 부진과 활성화 대책 부족만 언급했을 뿐이다. 구체적인 문제점과 대책을 질문한 의원도 없었고 거래소 측 역시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23명의 정무위 의원 중 절반 이상이 이사장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사회 70%가 모피아 출신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신의 직장' 비난도 여지 없이 계속됐다.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공공기업 중 1등이라는 점 때문이다.
올해 거래소 국감은 매년 반복되는 '신의 직장' 비난에 '낙하산 인사'를 얹어 놓은 것 뿐 전혀 특별한 것도, 새로운 것도 없었다. 물론 필요한 질문이자 비판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기능과 역할, 증권업 전반에 대해 당연히 나와야 할 질문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국회에서 증권 관련 제도와 법안을 논의할 때 뜬 구름 잡는 듯한 대책들만 나오는 것 역시 이와 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국회의원들 중에서 증권업을 제대로 알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본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은 아닐까. 거래소 국감에서 의원들이 해야 할 질문을 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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