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최현진기자] 공석 중인 검찰총장 임명제청이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청와대는 공석인 주요 기관장과 정부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제청은 빠졌다.
앞서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는 전날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61·연수원 14기)와 길태기 대검찰청 차장검사(55·15기), 소병철 법무연수원장(55·15기), 한명관 전 수원지검 검사장(53·15기) 등 4명을 새로운 총장후보로 추천했다.
추천위가 구성된지 17일, 후보자 천거가 끝난지 9일 만이다. 전임 총장인 채동욱 총장 임명제청의 경우 추천위 구성후 후보자추천까지 한 달 가량이 걸린 전례에 비해 매우 속도를 낸 것이다.
그 배경엔 후보자로 천거된 인물들이 현재의 검찰 상황을 부담스러워 해 대거 고사함으로써 검증 대상이 대폭 줄어든 데다가 이미 검증이 된 인물이 상당 수 있는 점과 함께 청와대가 후임 총장인선을 매우 서두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에 추천된 후보자 중 절반인 김 전 차장과 소 원장은 이미 채 전 총장과 함께 후보자로 추천돼 1차 검증이 끝난 인물들로, 상대적으로 검증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추가 수사를 두고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맞서는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 큰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여기에 조 지검장과 윤 전 팀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대검 감찰을 받고 있어 그야말로 뒤숭숭하고 흉흉한 분위기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전례에 비해 후임 총장인선 작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검찰과 청와대, 법조계의 반응을 보면 차기 검찰총장 결정 요건은 검찰조직의 안정과 기강확립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도덕성은 물론이다.
네 후보자 모두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요건에 비춰 봐도 차기 총장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람은 역시 김 전 차장이다. 지난해 이른바 검란으로 한상대 전 총장이 퇴임한 이후 검찰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현재 사태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던 그때와는 다소 다르지만 이미 한번 비슷한 상황에서 검찰을 본 궤도에 올렸기 때문에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 김 전 차장에 대해 후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와 청와대와의 소통능력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는 없으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인연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김 전 차장이 법무부 심의관을 맡았었다. 당시 김 실장의 김 전 차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길 차장 검사도 김 전 차장 못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현직 최고위 검사로 채 전 총장이 물러난 뒤의 검찰을 한달 가까이 이끌어 왔다는 점이 강점이다. 새 인사가 새로 들어서는 것 보다는 내부기용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검찰 내부의 분위기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길 차장은 엄정하면서도 자상한 지휘 스타일로 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법무부, 청와대와의 소통 문제도 이미 차장검사로 취임하기 전 법무부 차관을 역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리가 없을 거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소 원장은 이미 검증을 한 차례 받은 인물로 인사청문회에서도 비교적 진통이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중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검찰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이른바 기획통으로 합리적인 리더십이 강점이라는 평가다. 전남 순천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면에서도 점수를 딸 것으로 보인다. 1998년 국정원 파견검사로, 북풍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과도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있어 두 기관의 갈등 봉합에도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 전 부장은 후보자 중 유일하게 공안 주요보직을 거친 공안통으로 기획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또 올해 4월 검찰을 떠난 뒤 유학을 갔다가 돌아온 후로는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았다.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고액 수임료나 별다른 흠 잡히는 일 없이 무난하게 통과 될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덕성 및 지휘력과 함께 정치적인 외압으로부터 얼마나 검찰을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도 이번 검찰총장 후보 임명제청에서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경찰과 국정원, 청와대 등이 얽힌 권력형 비리사건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수사해오면서 피로도가 매우 큰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장인 검찰총장이 정치적인 외풍을 제대로 막지 못할 경우 검찰은 또 다른 갈등의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편 민주당은 25일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총장 지명이 실추된 검찰의 권위를 회복하고,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엄중한 강조한다"며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검찰총장 후보자(왼쪽부터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 길태기 대검 차장,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한명관 전 수원지검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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