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동양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추가 자금조달 필요성이 높아지는 등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권 등에서는 "최근 기업의 수익성은 좋아진 반면 채무가 늘고 단기지급여력이 떨어지는 등 재무건전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적지 않게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 '↓' 회사채 발행 '↑'
실제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을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자료=금감원 통계정보시스템, 하나대투증권)
금융위기 이후 전체 기업대출 가운데 회사채순발행액의 비중은 큰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현금흐름상태 저하, 은행 대출증가세 감소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여신은 금융위기 이전 사모사채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지만 위기 이후 대기업여신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하다 은행 여신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현재 재무상황으론 은행과 거래는 쉽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은행이 거래를 원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단기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해 기업의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자금이 필요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고, 경영환경도 쉽지 않게 전개되면서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더 나빠지는 추세라는 것.
국내 30대그룹도 올 하반기부터 내년말까지 30조원에 육박하는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 또 한바탕 폭풍이 닥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국회에 보고한 금융안전보고서에도 기업의 자금조달이 악화된 상황임을 웅변한다. 국내은행들이 올 3분기부터 대기업에도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비우량 대기업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A등급이하(비우량)기업 중 금융권에서 차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곳이 늘었는데 내년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그룹이 꽤 있다"며 유동성 악화를 우려했다.
◇ 대·중소기업 재무구조 건전성 악화..금융위기 재발시 '위험'
기업 재무구조의 안전성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악화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말 23.4%에서 올해 6월 기준 24.3%로 증가했고 중소기업도 24.2%에서 24.7%로 각각 0.9%포인트(p), 0.5%p 상승했다.
기업의 단기지급능력도 저하됐다.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대기업 비중이 올 상반기에 29.1%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26.2%) 비해 상승했다. 중소기업도 38.9%에서 43.7%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기업의 수익성 하락과 이자율 상승 등 복합적 충격이 발생하면 지난 금융위기 수준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전보고서)
한국은행이 국내 경영환경의 급격한 악화를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수익성 30% 하락, 이자율 300bp(베이시스 포인트)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면 전체 기업 가운데 위험기업은 올 상반기 기준 30.8%에서 34.8%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에 실시했던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교해도 지난 2008년 상반기 6.1%p , 올 상반기에는 7.9%p 증가한 것으로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위험기업 증가폭이 다소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부문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돼 금융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취약한 기업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업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뱡향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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