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다시 한번 경제학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감 첫날 MB정부에서 실시된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냐 '국민감세'냐의 논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중 우리경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격하게 진행됐다.
포문은 야당 정책통으로 통하는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우리 정부의 세수노력이 28개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인 27위에 그쳤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인용하며 "금년에 재정적자가 23조원이고, 국가부채가 25조원이 는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27조원이 늘어난다"면서 "정부가 세수를 늘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임기말에 재정파탄을 가져올수 있다"고 증세를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고집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재정적자를 통해 세수를 증대하려 한다. 가장 바람직한 재정정책은 세율을 낮춰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그것에서 다시 세수를 거둬들이는 방법이다. 정부 재정정책은 그런 계획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 부총리가 자신의 입장이 바람직한 재정정책이라고 주장하자 이 의원은 경제학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현 부총리가 말하는 것도 경제학에 나오는 얘기다. 그러나 학문이나 경제정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데 그 경제학은 '죽은 경제학'"이라며 "세수노력이 낮으면서도 재정적자가 나지 않고 국가채무가 늘지 않는다면 (부총리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일시적으로 재정적자를 편성하고 있느냐. 2008년부터 7년째 적자편성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구조화 돼 있다"고 맞받았다.
이 의원은 특히 "부총리의 말은 '낙수효과'론에 근거한 신자유주의정책인데, 2008년부터 세금을 깎았는데 경제가 살아났느냐"면서 "세금을 깎으면 부자와 대기업의 소득이 늘고 대기업의 소득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늘 것이라고 힜지만 이 게 안먹히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부자들은 소득이 늘어도 저축이 늘지 소비에는 큰 효과가 없다. 대기업들도 몇천조씩 내부유보로 쌓아놓고 있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돈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여기에서 세금을 적절하게 걷어서 중소서민과 기업에 쓰면 투자도 늘고 소비도 는다는 것, 이것이 '분수효과'"라고 말했다.
'낙수효과'는 지난 이명박 정부가 대규모 감세와 규제완화정책을 펼치면서 인용한 경제학 논리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지원이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그 영향이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에게로 자연스럽에 이어 진다는 논리다. 분수효과는 그 반대의 논리로 현재 야당이 증세과 경제민주화를 언급하면서 근거로 들고 있는 경제학논리다.
이 의원은 "세율을 인하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세율을 0%로 해야한다"면서 "그것은 레이건이 적용했던 레퍼곡선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곡선의) 왼쪽에 있어서 세율을 내리면 세수감소로 연결될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레퍼곡선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자문이던 레퍼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최적 수준의 세율을 넘어서면 세율이 올라도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 의원의 주장은 우리의 경제환경이 레퍼곡선상 최적 수준의 세율보다 왼쪽에 있어서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학문적 논쟁이 뜨거워지자 새누리당 경제통으로 꼽히는 나성린 의원도 나섰다.
나 의원은 "감세가 경제활성화에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08년 위기 직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내수는 이명박 정부 4년간 감소했지만 수출은 증대됐다. 이게 다 감세효과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이어 "감세로 투자를 확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경제위기 상황에서 외국으로 투자가 많이 나갔다. 당장 세율인상을 통한 직접 증세는 경제에 찬물을 끼 얹는다. 간접증세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그 때 가서도 안되면 국민대타협을 통해 증세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의 논리 대립은 자연스럽게 증세 논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기획재정부 용역보고서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서 증세 논쟁의 중심에 섰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에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작성됐으며, 세수확대를 위해 먼저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주세와 담배소비세 등을 올리는 대신 법인세는 기업부담완화를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겉으로 증세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뒤로는 부가세 인상 등 서민중심의 증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조정식 의원은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과 중장기세제개편방향을 보면 보고서 내용과 대부분 맞아떨어진다"며 "이것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의 기본 틀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주된 내용이 부가가치세 인상 등 증세와 관련된 내용들이고, 참여한 사람들을 보면 현재 청와대 경제수석인 당시 조원동 조세연구원장과 지금 통계청장으로 있는 박형수 전 선임연구위원 등이다. 이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은 "현부총리도 법인세율 단일화를 언급했고, 보고서도 법인세율 단일화를 얘기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단일화하면 대기업이 혜택을 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현 부총리가 재벌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연구기관의 보고서이고,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얘기한 것일 뿐 현실적으로 정부가 정책적인 실행을 위해 발표한 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현 부총리는 특히 "증세라든지 세율의 인상보다는 비과세감면이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서 재원을 조달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그것이 안되면 국민적 합의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세원확보가 최상의 정책이고, 그 다음에 증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누리당에서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법인세 세율구간을 세분화한다든가 더 많이 벌면 더 내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범정부적인 기구를 만들어서 증세를 포함한 세제와 관련된 논의를 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정부가 생각하는 재원조달방법은 기본적으로 세원을 확대해서 접근하는 것이다. 증세보다는 그것이 더 바람직하고 일관성 있는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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