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해법, 아시아 4國4色
각종 인구정책 부작용 초래..日, 출산율 증가 '주목'
韓 "제도 발전했지만 사용 어려워"
2013-11-04 11:25:09 2013-11-04 11:29:03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와 중국, 싱가포르에도 밀어닥친 '저출산·고령화 쇼크'에 각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보사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동아시아 주요국의 가족 정책 비교 국제회의'에서 이들 4개국 전문가들을 만났다.
 
각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노령인구는 늘어나는 등 이들 아시아 4개국이 처한 '인구 쇼크'의 모습은 대체로 유사했다. 하지만 구체적 양상과 대처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합계출산율, 한국·중국·싱가포르 '하락' vs. 일본 '상승' 왜?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임여성(만 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싱가포르가 0.78명으로 조사대상 222개국 중 꼴찌다.
 
한국은 1.23명으로 217위, 일본은 1.39명으로 203위, 중국은1.55명으로 183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각국 통계청 자료로 이들 국가의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모두 하락세지만 일본만 지난 2003년 최저점인 1.29명을 찍은 뒤 2010년 1.39명까지 소폭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같은 합계출산율 하락은 중국의 경우 한 자녀 정책, 싱가포르는 이민 정책, 한국은 산아제한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에서 출산율 하락을 가장 먼저 겪어 이에 대한 대응 또한 가정 먼저 시작됐다. 합계출산율의 미세한 증가세도 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中 "한 자녀 정책 부작용..결혼해도 출산 안 해"
 
중국의 경우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춘화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중국은 한 자녀 정책으로 4억명 이상의 출생을 방지했으나, 오는 2016년 이후부터 노동력 부족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성비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0~14세 인구는 1964년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70%가 넘었으나 2010년 현재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같은 기간 2배가량 늘어난 10% 초반대다.
 
또 최근 중국의 혼인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 교수는 "최근 혼인 신청 절차가 단순화된 데다 결혼 적령기 남녀가 첫 데이트 후 한 달 내 결혼하는 문화도 혼인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여성들은 한 자녀 정책 탓에 첫 아이를 낳은 뒤 경제활동에 다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국,일본의 가임여성(만 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s·TFR)' 추이.(자료=OECD)
 
◇싱가포르 "이민 정책·결혼 촉진책에 국민들 '거부반응'"
 
싱가포르의 경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결혼촉진책과 이민정책이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얍 무이텅(Yap Mui Teng) 싱가포르국립대학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연구위원은 "싱가포르에서는 그동안 자연적인 인구 증가가 거의 없어 이민정책을 펼쳐왔으나 이로 인해 국가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최근 이민 정책이 확대된다는 소식에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13년 현재 싱가포르 인구 540만명 중 중국인이 75%로 가장 많다. 이어 말레이시아(13%)와 인도(9%) 등으로 인구가 구성됐다. 전체 인구 중 28.8%는 영주권이 없는 사실상 외국인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지난 1987년부터 일종의 결혼 장려 프로그램 5가지를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자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한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국가에 의한 결혼촉진책을 '데이팅 산업 활성화'로 방향을 전환키도 했다.
 
텅 연구위원은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학교 입학·국가 장학금 등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이런 문제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게 싱가포르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日 "소비세 인상이 관건"
 
일본 정부는 소비세를 내년 4월까지 기존 5%에서 8%로 인상하고, 2015년 4월까지 10%로 올려 경제 부흥과 함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마련되는 세수는 약 7000억엔으로 추정된다.
 
유키코 카츠마타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IPSS) 정보조사분석부장은 "일본인들은 소비세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일본은 전쟁 경험 탓에 출산 촉진 정책이 인기가 없어 세수를 추가로 확보해 결혼과 출산을 하기 좋은 노동 환경을 조성하고 보육시설을 확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소비세 인상이 일본의 경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 휴직 사용률, 여성의 경제활동인구 비중 등을 담은 'KPI 지표' 14가지를 만들어 매년 점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를 타개하기 위해선 관련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육아 휴직 등 기존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르며 1인 가구 규모는 4인 가구를 넘어서는 등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우리의 가족 관련 정책과 제도는 발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 휴직 등 기존의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정책보다는 아이를 낳는 게 즐겁고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출산율은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윌렘 아데마 OECD 사회정책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은 가족 서비스 관련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로 올라서는 단계"라며 "가족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프랑스나 북유럽 국가들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찬희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다양한 사례들 가운데 일본의 소비세 확대와 KPI 지표가 흥미롭다"며 증세를 통한 복지 세수 확보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각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보사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동아시아 주요국의 가족 정책 비교 국제회의'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4개국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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