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5년 전의 악몽이 재연됐다.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이석채 KT 회장은 결국 전방위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자택을 비롯해
KT(030200) 사옥과 계열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와중에도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해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을 강행했지만, 이 회장도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3일 이 회장은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 "최근 일련의 일로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임직원들에게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지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당 메일에서 자신이 진행해 온 글로벌 사업과 IT 시스템의 혁신 등 성과를 나열하며, 이를 완성하지 못하고 KT를 떠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 급여도, 처분이 지극히 제한되는,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다"며 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5년 전 악몽의 재연..이석채 회장도 똑같은 수순밟나
5년 전인 지난 2008년 10월, 검찰은 'KT-KTF 납품비리' 수사를 목적으로 KT 본사와 남중수 당시 KT 사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남 전 사장을 소환조사한 뒤 구속했다. 당시 남 전 사장은 2억원 남짓의 뇌물을 지속적으로 상납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이석채 회장은 사장추천위원회 공모를 통해 지난 2009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 같은 해 6월 통합 KT를 출범시켰다.
5년이 지난 2013년 10월, 검찰의 칼은 이 회장에게 겨눠졌다. 지난 2월27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KT가 스마트애드몰과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 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KT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 회장 지시에 따라 이 사업을 강행했다며, 참여연대가 제보받은 KT 내부 기밀보고서에 따르면, '투자를 하면 할수록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실무책임자들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0월 초에는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팔아 회사와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 회장을 추가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2일 성남 분당에 위치한 KT 본사와 계열사, 이 회장 자택을 포함한 임직원 자택 등 16곳에 수사관들을 파견,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회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와중에도 아프리카 출장을 강행했고, 지난달 26일 아프리카 르완다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3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이번주 중으로 이 회장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후임 CEO 선출 절차는 어떻게 되나
KT는 단시간 안에 이사회를 소집, 이 회장의 후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구체적인 이 회장의 퇴임일자를 정하고, 퇴임일자 기준 2주 이내에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가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현재 7인)에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되며, 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후보는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최종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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