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유럽 경제가 부채 위기를 딪고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가가 다른 선진국 보다 저평가된 가운데 골치덩이 스페인 등 재정위기를 초래한 국가들의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감,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기조가 더해져 유럽 증시가 당분간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다만 재정적자가 다시 늘어날 위험이 있는데다 ECB의 금리 인하 조치가 연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증시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럽증시 저평가 매력 부각..美·日보다 싸다
6일(현지시간) 범유럽지수인 Stoxx600지수는 전날보다 0.4% 오른 323.2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8년 5월22일 이후 최고치다. 이 지수는 올초부터 지금까지 16% 상승하며 2009년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Stoxx주가차트(출처=CNBC.COM)
재정위기를 초래한 문제국들의 주가도 상승탄력을 받고 있다. 스페인은 올 초부터 지금까지 26.37% 상승했고 그리스는 29%, 이탈리아는 22.12% 오르며 모두 20%가 넘는 상승세를 유지중이다.
실제로 유럽 종목에만 투자하고 있는 미국 펀드에는 올해만 2억5000만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유입액은 특히 최근 3개월(8월~10월) 사이에 몰렸다. 이는 지난 2010년 77억달러가 빠져나간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저평가 매력 부각..경제지표·기업실적도 호조
유럽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저평가 매력 때문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6배 수준을 유지해왔다. 같은 기간 일본도 26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반면 유로존 증시의 평균 PER은 15.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고가를 경신한 독일의 PER도 17.6 배 수준에 머물러 미국이나 일본보다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우,DAX,닛케이지수 주가 비교차트(출처=BLOOMBERG.COM)
존 인그램 JP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자산과 비교했을 때 유럽 주요국 증시는 매우 저평가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자 전세계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표의 호조와 기업실적의 개선도 이유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하는 10월 유로존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1.3포인트로 지난달 51.1포인트보다 올랐다. 10월 유로존 서비스업PMI도 51.6을 기록하면서 앞서 발표된 예비치 50.9를 뛰어 넘어 3개월 연속 확장세를 나타냈다.
유로존 제조업PMI 변화추이(자료=investing.com)
영국 9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2% 늘어 지난 2011년 1월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고 독일 9월 공장주문은 전월보다 3.3%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0.4% 상승을 훨씬 웃도는 결과이다.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물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도 분위기를 돕고 있다.
영국 석유 전문업체 BP는 3분기 영업이익이 37억달러를 기록해 전문가 전망치(31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고 밝힌 바 있고 핀란드 휴대폰 기업 노키아도 3분기 영업이익 마진이 예상을 웃돌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프랑스 에너지·운송 회사인 알스톰은 실적 개선 소식에 이날 장에서 2012년 6월 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더크 씨엘 KBC자산운용 애널리스트도 “증시의 이같은 랠리는 기업들의 실적에도 상당부분 힘입었다”면서 “수익성장률이 다소 정체됐닫는 평가도 있지만 다음 분기에는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을 예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7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동결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CNBC는 “현재 유로존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면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목요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ECB 금리결정 주목..증시 '단기조정' 우려도
앞으로 증시를 움직일 변수를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율'과 '기준금리'로 보고 있다.
현재 ECB가 목표 인플레이션율 상한을 2.0%로 잡고 있는데 반해 10월 유로존 인플레이션율은 0.7%을 밑돌고 있다. 이는 전월의 1.1%를 밑돈 것으로 역시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보다도 낮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율이 계속 기대를 밑돈다면 ECB로서도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칼리 홀그림슨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늦어도 12월에는 이자율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리차드 맥과이어 라보뱅크 애널리스트도 “유럽 증시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대외 변수가 나아진다면 유럽 증시의 동반 상승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 금리가 동결된다면 오는 12월 회의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불확실한 장세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레데릭 두크로제트 크레딧 아그레꼴 이코노미스트는 “현행의 낮은 인플레이션율이 ECB가 무언가 해야한다는 부담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추가적 금리 인하는 오는 12월 회의 때나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표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동결된다면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트리나 더들리 프랭클린 뮤추얼 유러피안 펀드 매니저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6월 저점에 비해 40%나 올라온 유럽증시에 대해 투자자들이 우려하기 시작했다"면서 "우려가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박스권에 갇히게 되는 시기"라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투자자들의 유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유로존의 회복세는 아직 미약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투자에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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