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남숙기자]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관련업종은 양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룩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여러가지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데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서의 역량이나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증권업무와 상품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는 점을 심각한 걸림돌로 꼽고 있다.
◇증권사 자기자본비율 규제, 은행의 2.6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증권사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로 재무건전성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금융투자회사의 유동성 자기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일정수준(150%)에 미달하면 감동당국은 경영개선권고, 요구 등 적기 시정 조치를 내린다.
국내 증권회사들은 효율적인 리스크관리를 위해 통상 300~500% 내외의 NCR 하한선을 자체적으로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법인영업 및 외부 신인도 등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400% 내외에서 설정된다.
실제로 수요기관인 국민연금은 NCR 450% 이상, 기획재정부 국고전문딜러는 250% 이상, 거래소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기준은 250% 이상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NCR 비율은 494%로 이를 은행 BIS 비율로 전환하면 40%에 해당한다. 은행권 평균 BIS비율(14.83%)의 2.6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일본의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처럼 NCR 규제가 높은 곳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장 증권사의 수익성(ROE)를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NCR 규제 완화를 통해 증권사의 트레이딩과 기타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NCR은 BIS 및 주요국에 비해 보완자본 인정은 협소한 반면 차감은 과다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감독당국과 관계기관의 과다한 NCR 요구로 금융투자업계의 자본 활용도가 저하된다는 점이다. 주식, 채권 등에 높은 위험 가중치가 적용돼 NCR의 분모인 총위험액이 높게 산출될 수 밖에 없고 결국 NCR 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이렇다 보니 증권산업과 은행업의 위험선호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NCR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으나 금융투자산업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지 미지수다.
(자료=한국금융투자협회)
◇한정된 시장서 출혈경쟁..M&A 시너지 효과도 적어
현재 국내 증권사는 63개에 달하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주된 수익원은 위탁매매 수수료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수료율이 떨어지고, 수익원 다변화도 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업계 전체가 구조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다.
대형사는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소형사는 특화와 전문화를 유도함으로써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수익구조가 너무 한정돼 있는 것이다.
증권사 간 업무 제휴나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중소형 증권사들 간의 인수합병과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대형 투자은행으로서의 발전을 유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형사들은 인수합병 보다는 비용절감을 통해 영업을 유지해 나가고 있고,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적자 폭이 심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형편이어서 M&A가 수월치 않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 매물과 증권업황 부진에 따른 매각 가격 조율의 어려움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소형 증권사 인수합병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는 한 섣불리 증권사 인수합병에 뛰어들기는 힘들다"고 했다.
(자료=뉴스토마토 DB)
◇증권사 외환업무 규제완화 '숨통'
증권사의 외환 관련 업무는 자본시장법과 외환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증권사가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지만 거래 상대방이 은행일 경우로 제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그나마 훈풍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증권사간 외환거래를 허용하고 투자은행(IB)의 외화증권대차 거래를 사전신고에서 사후 보고로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간 외환거래가 허용되면 굳이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가 맞는 증권사들이 자유롭게 외환거래를 하면서 수수료를 절감하고 헤지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증권산업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외환거래 규제 완화로 인해 조금이나마 숨통이 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자본과 금융에 대한 관리주체가 외국환거래법은 기획재정부로 자본시장법은 금융위원회로 이원화돼 있다"며 "자본시장법과 외국환거래법의 일관성을 제고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계속>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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