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빛나는 구름의 가장자리에도 먹구름은 있는 법이다. 유로존이 ‘붕괴’ 우려를 딛고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은 커졌지만 독일판 ‘중상주의’가 유로존의 새로운 난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해 기준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 대비 7% 로 프랑스 -2.2%, 영국 -3.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13일(현지시간)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독일의 과도한 무역 흑자를 면밀히 조사해 시정방안을 권고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독일 경상수지 흑자가 오히려 유로존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WSJ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유로존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는 미국과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면서 ”경상수지 흑자는 독일 정부가 의도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유로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주요국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출처=유럽통계청)
우선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조정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오히려 최근의 디플레이션 기조는 유로존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유로존의 10월 인플레이션율은 0.7%로.전월의 1.1%에서 하락했으며 이는 4년 만에 최저치다.
WSJ는 “임금은 내려가는데 물가가 오르는 것이 더 문제”라며 “시장이 물가 등 여러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 민간분야 부채만 늘어난 그리스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가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유로존을 정말 돕고 싶다면 양적완화 축소를 통해 달러 약세 기조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막대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유로화는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이날만 해도 유로·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1% 오른 1.3462달러에 마감했다. 이번주에만 1% 넘는 상승세다. 이처럼 계속되는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 국가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WSJ는 또 독일의 수출 호조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쟁력도 높여주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독일이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 부품 등의 판매가 늘어남은 물론, 유로존 여러 나라가 독일의 해외 직접 투자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투자가 늘어나면 유로존 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결국 유로존 전체적인 소비 진작의 결과를 낳게 된다. 독일의 소비가 늘어나면 내수가 진작돼 수입도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 문제도 축소되고, 독일의 인플레이션율이 늘어나면서 유로존 전반적인 디플레이션 기조도 회복될 것이라는 논리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것이 아닌 경제회복세에 힘입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스테판 브레도흐 독일 정부 대변인은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독일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독일 경제와 기업의 힘으로 스스로 일궈낸 것”이라고 말했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Holger Schmied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국과 EU의 이러한 주장은 넌센스에 가깝다”면서 “유럽의 경제 불균형에 대처하기 위해 독일에게 덜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옌스 바이드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날 “독일 경상수지 논쟁은 유로존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독일 경제가 가져올 유출효과(spillover effect)는 크지 않다”고 주장해 독일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주변국들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유출효과란 물이 넘쳐 흘러 인근의 메마른 논에까지 혜택이 전해지듯이, 특정 지역에 나타나는 혜택이 흘러 넘쳐 다른 지역에까지 퍼지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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