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내년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명단 공개가 의무화 되지만 삼성, 신세계 등 주요 그룹사의 대주주들이 등기이사직을 이미 사퇴했거나 미등기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등기이사 평균연봉이 5억원을 넘는 기업은 176개사, 공개 대상은 53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대주주 일가가 등기이사로 올라 있는 기업은 54.5%인 96개사, 대상은 93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현재 연봉이 공개된 등기이사들마저도 등기이사직을 사퇴하고 미등기 이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 실제 최고 경영자 연봉 공개가 공론화된 이후 고액연봉으로 논란을 빚었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전 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을 사퇴한 상태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을 비롯해 신세계 등의 그룹사는 대주주 일가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이어서 내년에도 여전히 연봉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 유력시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연봉공개 대상자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로 호텔신라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범삼성가의 일원인 신세계 그룹도 대주주 일가가 모두 비등기 임원으로 빠져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지난 2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역시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500대 기업 내 30대 그룹 오너 일가 등기이사 등재 현황.(자료=CEO스코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현대건설 등 4개사,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등 3개사, 사위인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2개사, 조카인 정일선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 사위인 신성재 사장은 현대하이스코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SK도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 C&C 등 3개사, 동생 최재원 부회장이 SK네트웍스·SK이엔에스 2개사, 사촌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SK가스·SK케미칼 2개사, 역시 사촌인 최신원 회장이 SKC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LG의 경우 구본무 회장이 지주사인 LG,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롯데제과·호텔롯데 등 3개사,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케미칼 등 3개사,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호텔롯데,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롯데쇼핑·호텔롯데 2개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GS(078930)와
두산(000150)은 대주주 일가가 등기·미등기 이사로 뒤섞여 있다. GS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GS·GS칼텍스 2개사, 허창수 회장이 GS·GS건설 2개사, 허진수 부회장이 GS칼텍스, 허명수 사장이 GS건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GS홈쇼핑과 GS리테일 2개사,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도 GS홈쇼핑과 GS리테일 2개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어 연봉 정보가 공개될 계획이다.
두산은 박용만 회장이 두산, 박용곤 전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두산, 차남인 박지원 부회장이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반면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3개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도 두산·두산건설 2개사, 아들인 박태원 부사장은 두산건설 미등기 임원이다.
그외 총수가 있는 나머지 20대 그룹 중에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남인 조현상 부사장, 영풍그룹의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3명을 제외하고는 대주주 일가가 모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어 보수가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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