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급여는 지속가능한 주거복지의 한 축
한-미 공동 국제 세미나
2013-11-19 17:08:10 2013-11-19 17:12:01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주거소외계층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주택을 선택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임대료는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도태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주거급여제도(주택바우처)'의 핵심 내용이다. 전체 임대주택의 5%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만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미국 선행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기 위한 국제 세미나가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당 오리사옥에서 열렸다.
 
(사진=최봄이 기자)
 
◇LH 토지주택연구원, 美 윌슨센터와 주거복지 공동연구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올해 초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와 협약을 맺고 주거복지 공동연구를 수행했으며 지난 8월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연구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연방정부 주도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시외곽에 획일적으로 지어진 공공주택은 슬럼화, 주거질 악화, 인종·계층 간 갈등의 원인이 됐다.
 
이에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90년대부터 63억달러 규모의 'Hope6' 프로그램을 도입해 낙후된 공공임대주택을 재정비했다. 주택공급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한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미국의 주택 바우처 제도다. 적정 시장 임대가와 수급자가 지불할 수 있는 임대료 사이의 격차를 정부 보조금으로 메워주는 것이다. 주거소외계층이 특정 주택형태, 특정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도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민간자원을 주거복지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는 공인 임대주택관리회사를 통해 임대주택의 임대료와 주거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
 
수급자들이 한 곳에 모여살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셜믹스(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이 모이는 거주 형태)'가 가능하다. 과도한 정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활'을 촉진하는 정책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다양한 거주형태 보장하면서 소셜믹스·자활 촉진
 
이는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매입임대주택' 정책과 유사하다. 도심 외곽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 내 기존 주택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재정부담은 줄이면서 수요자 맞춤형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은 민관협력을 확대하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효율적인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주거급여제도는 소득, 가구원 수, 주택형태 등에 따라 적정 보조 임대료를 산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행정비용의 낭비를 줄이면서 부정수급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을 관리할 업체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도 주요 정책과제로 꼽힌다.
 
크리스티나 로잔 미국 템플대학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주거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은 없다"며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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