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민간 발전사의 도시가스 직수입을 허용하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의원입법을 통해 밀어붙이고 있지만, 가스요금인상 우려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사와 민간기업에서 증인이 출석하는 등 대립을 겪은 후 논란은 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가격 인하와 수급안정이라는 목표가 상충된다면서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9일에 발표한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가 가스 및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천연가스를 직수입을 허용할 경우 수급안정을 통해 원가가 인하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유재국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정안의 핵심인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확대에 대한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같은 조건에서는 가스 직도입이 가스공사 독점 방식보다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연료 사용 편차는 가스공사 독점이 더 작게 나타나 수급안정은 현재가 더 낫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천연가스시장은 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지만 전력시장은 전력거래소에 의한 가격경쟁 구조이다.
◇천연가스시장과 전력시장 관계(사진=뉴스토마토)
유 조사관은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낮은 순서부터 우선적으로 발전하며 이때 가격은 일종의 도매가인 SMP로 결정된다"며 "가스 직도입에 따라 LNG 연료비가 낮아지면 SMP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으로 여러 민간 발전사가 가스를 수입·판매하면 다양한 LNG 가격이 형성돼 물량이 많아지고 발전원가 자체가 크게 하락하게 된다. 언뜻 보면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에 좋을 것 같지만 해외 가스 공급량과 원가에 따라 국내 공급량까지 천차만별로 달라져 자칫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특히 "천연가스 수급에 대한 명확한 책임과 가격인하 사이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전력시장 구조개편 문제와 연결된다"며 "LNG가격이 낮을 때는 발전 사업자는 먼저 값싼 연료 도입하고 가격이 오르면 가스공사 독점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가스공사와 시민단체 등은 개정안이 '가스업계의 민영화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공공재로 다뤄져야 할 에너지 자원이 시장논리에 지배되고,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비싼 가스 가격이 올라 서민의 물가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지하자원인 가스 특성상 정확한 수급관리가 중요한데 그동안 가스공사가 이를 모두 관리했기 때문에 가스요금이 낮았다"며 "민간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면 수익성만 보고 수급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요금이 폭등할 수 있고 가스공사 적자를 줄이느라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한국가스공사(036460)의 가스시장에 독점구조를 깨고 셰일가스 발굴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천연가스 개발사업 붐을 일으킨다는 입장이다.
시장을 나눠먹게 될 민간 발전사 역시 가스값 인하는 물론 가스 저장시설, 플랜트 건설 등 연관 산업까지 활성화될 수 있어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도시가스 직수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정부 및 민간전력사와 공사와 공공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입법안을 평가하는 입법조사처가 공사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개정안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지난 4월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계류중인 도시가스사업법개정안은 오는 27일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어 본격적인 법안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가스시장의 독점을 줄이고 소비자에 가스를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게 법안의 취지"라며 "이미 미국 등은 가스시장을 민간에 개방했고 신재생에너지 발굴 등 세계 자원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을 발의한 김한표 의원실 관계자도 "개정안과 관련 국내 에너지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법률안 소위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지는 몰라도 가스 수입과 판매 등 핵심적 내용은 원안 그대로 가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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