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2015년부터 에너지바우처(Energy Voucher)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저소득층 지원 취지를 살리려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도와야 할 사람은 못 돕고 예산만 낭비할 수 있어서다.
에너지바우처란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 전기·가스·등유 등을 통합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이나 카드를 지급하는 것으로, 비용을 보조하는 현금지원 방식이면서도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못 쓰고 에너지 구매에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현물지원의 성격도 가진다.
이런 장점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제도 시행을 공언했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9월 서울시 노원구 양지마을을 방문해 "에너지바우처를 2015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우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바우처 지급에 5100억원을 편성하고, 지난 19일 전기요금을 올리며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거둔 8300억원을 바우처 지급 등에 쓰겠다"고 발표한 후 바우처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해결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지원대상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정부가 인수위 때 산정한 바우처 지원대상은 저소득층(150만명)과 차상위계층(170만명) 등 총 320만명. 연간 10만원 정도를 바우처로 지급해도 한해 약 3200억원이 든다.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
◇소득계층별 에너지 소비지출 현황(2013년 8월 기준,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1분위=소득 하위 10%, 10분위=소득 상위 10%
27일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모든 에너지 빈곤층에 바우처를 못 준다면 저소득층,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장애인 가구 등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바우처를 지급하고 점차 지원대상을 넓혀야 한다"며 "바우처 지급액도 소득 중 연료비로 계산하느냐, 최저생계비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국가 예산 수백억이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바우처 부정수급과 지급도 문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당한 바우처 대상자인지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데다 바우처를 쿠폰으로 지급하면 전용·전매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카드로 주자니 카드 발급과 단말기 비용이 부담된다.
에너지바우처 도입의 가장 큰 우려는 전력 사용량의 급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근 잇따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전기 사용 줄이기'인데 바우처를 받으면 전기료 부담이 사라져 전기를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에경원 관계자는 "바우처는 저소득층에 에너지 구매비용을 지원한다는 선의의 목적이지만 안쓸 전기까지도 쓰게 만드는 역효과도 있다"며 "정당하게 전기요금을 내면서도 절전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는 역차별을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에너지바우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며 "아직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기재부, 보건복지부, 통계청 등과 협의해 에너지 빈곤층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을 막고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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