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전자가 27일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시장선도경영 가속화'를 내년 사업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함과 동시에 '위기 돌파와 미래 성장을 위한 책임경영체제 강화'에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는 게 LG전자 설명이다.
이와는 달리 외부에서는 나란히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와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수장의 명암이 엇갈린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권희원 HE사업본부장의 전격 경질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박종석, 정도현, 하현회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시행일자는 내년 1월1일이다. 이들은 각각 MC사업본부장과 CFO(최고재무책임자), HE사업본부장을 겸한다.
박 신임 사장은 LG전자의 5개 사업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부사장 직급이었다. 반면 권희원 HE사업본부장(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경질됐다. 지난 2011년 연말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박종석 MC사업본부장, 체질개선 성과 인정..수익성은 의문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을 이끄는
박종석 신임 사장(
사진)의 승진 여부는 이번 연말 인사에서 대내외 최대 관심사였다. G시리즈의 성공적 안착으로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수익성 극대화로는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시장점유율(MS)마저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중국의 화웨이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며 수익과 점유율, 둘 다 놓쳤다는 비판에 처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그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그늘에 가려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서서히 휴대폰 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단계로 올라섰다. 계속되는 부침은 조직에 패배감을 심어주는 단초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옵티머스G를 필두로 올해 G프로와 G2, 구글 넥서스4와 넥서스5 등이 시장에서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 제고에 비례해 수익성은 뒷받침되지 못했다. MC사업본부의 올 3분기 적자 규모는 797억원. 지난해 3분기 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 4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장 점유율까지 하락했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하며 전분기에 비해 2단계나 밀렸다. 올해 MC사업부의 회복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박 신임 사장의 승진은 당장의 수익성 개선보다 체질개선 강화에 대한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그에게 주어진 숙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에서 고전할 경우 진퇴 여부는 언제든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다.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수요가 뒷받침되는 신흥시장에서 LG전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시리즈의 성공적 안착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재확인한 만큼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주변의 조언이다. 당장 화웨이 등의 중국 업체들의 도전을 막아내야 한다.
◇HE사업본부, 끝내 수장 교체..강도높은 쇄신 주문
칼도 빼들었다. LG전자 실적의 핵심축이자 간판인 HE사업본부에 강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시장선도 성과 창출과 미래 성장을 위한 쇄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LG전자 TV사업을 이끌어온 권희원 사장 경질의 배경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게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HE사업본부는 지난해 하반기 초고선명도(UHD) TV에 이어 올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선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실적으로 귀결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2분기 5.7%를 찍은 뒤 같은해 하반기부터 1%대 이하로 추락하는 등 뒷걸음질쳤다. 올 2분기 들어 간신히 1%대로 올라섰지만 시장선도 전략은 여전히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라이벌 삼성전자는 8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굳히며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LG전자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는 대목인 셈.
권 사장 경질에도 프리미엄 제품에 기반한 시장선도 전략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현회 신임 HE사업본부장(
사진)은 11년간 LG디스플레이에 몸담으며 영업기획을 비롯해 전략기획,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록을 쌓았다.
특히 LG디스플레이 전략담당을 맡았을 당시 파주 LCD 클러스터와 유럽 생산기지, 중국 남경 패널생산 공장 등 주요 거점의 글로벌 투자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또한 TV, 모바일, IT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을 총괄하며 차별화된 기술개발 및 탄탄한 사업기반 구축으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밖에 미래, 육성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 확보와 경영 시스템 최적화로 사업성과의 극대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었다. 현재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책임경영체제의 강화로 LG전자는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 시장상황 역시 위기라고 보고,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면서 "이번 인사는 시장선도 전략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적임자들을 승진시켰다"고 말했다.
◇내년 조직개편안, 5개 사업본부 체제 유지..영업 강화
한편 LG전자는 이날 '조직간 시너지와 효율성 극대화로 시장선도 경영의 토대 다지기'를 골자로 한 내년도 조직 개편안도 내놨다. 시장선도는 구본무 회장의 경영 지론이다.
이에 따라 현 5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되, 하부 조직간 시너지 확보와 자원투입 효율 극대화를 위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우선 기술, 제품간 융복합 강화를 위해 사업본부장 직속 연구소를 운영한다. 각 제품별 개발은 각 제품 사업담당이 맡는다.
가령 기존 제품별 사업담당 산하 냉장고 연구소와 세탁기 연구소의 일부를 통합해 HA사업본부장 직속 'HA연구소'를 신설하는 식이다. 각 제품별 사업담당 산하에는 냉장고개발담당, 세탁기개발담당을 각각 신설해 제품 개발을 수행토록 한다.
또한 조직기능 중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제품 사업담당 별로 운영하던 해외영업조직을 통합해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아울러 GMO(Global Marketing Officer·글로벌 마케팅부문장) 조직을 GSMO(Global Sales & Marketing Officer·글로벌 영업마케팅부문장)로 명칭을 변경하고, 해외영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한다. GSMO는 한국, 미국 등 주요시장의 사업을 총괄했던 박석원 부사장이 맡는다.
LG전자는 지리적 연계성 등을 감안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8개국을 관할하는 '아시아지역 대표'를 신설하고, 책임자로 김원대 전무를 임명했다. 유럽지역 내 B2B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유럽지역대표 산하에 '유럽 B2B법인'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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