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시중은행들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울상이다.
최근 수년간 호황을 누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들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순익이 반토막 난 것이다.
특히 일부 대형은행의 경우 순익이 1년 만에 10분의 1수준으로 '급전직하'하는 등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1조5108억원의 순익을 냈다. '리딩뱅크'답게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순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7년에 비해서는 45.5%나 급감했다. 반토막 순익이다.
신한은행 역시 2007년 2조513억원에서 29.5% 감소한 1조4467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태산LCD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하나은행의 순익도 4744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보다 54.8% 감소했다.
외환은행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8013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하락폭을 20% 이하(16.6%)로 줄이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우리은행의 순익은 234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86.2%나 줄었다. 여신 보유기업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1조6027억원이나 쌓은 데다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손실을 입은 게 순익에 악영향을 끼쳤다.
은행권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이유로 대손충당금 적립액 확대를 꼽았다. 향후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충당금을 쌓은 것이 실적을 끌어 내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모두 1조987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하나은행도 충당금 1조2092억원을 마련했다. 비은행부문 약진으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은행의 충담금은 8772억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올해 은행권이 쌓아야할 충당금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시장개척은커녕, 부실 가능성에 계속 발목이 잡힐 것이란 전망이다.
김대익 하나금융연구소 금융산업팀장은 "구조조정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경기침체로 대출 연체율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돼 충당금 적립 규모는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권 실적은) 실물경제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경제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에나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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