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소비자 물가가 지난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경제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디플레이션 탈출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 물가 상승이 수요 견인에 의한 상승보다는 에너지 가격과 수입 물가 상승에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또한 물가 상승이 내년 4월로 예상된 소비세 인상을 의식한 '반짝 효과'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日 물가, 5개월 연속 상승..전망치 일치
일본 정부는 29일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의 3.7%는 밑돌지만 시장 예상치와는 부합하고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식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체 CPI 상승률은 전년비 1.1%로 집계됐고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CPI 상승률도 0.3% 올라 전문가 예상치 0.2%를 웃돌았고 0.7%를 기록했던 1998년 8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근원 CP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도쿄 지역의 11월 근원 CPI는 전년동기대비 0.6%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4% 상승을 웃돌았다.
일본 정부는 양호한 경제지표가 나오자 일본 경제가 올바른 궤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아키라 아마리 일본 경제재정상은 "인플레이션이 5년 내 최고 기록을 기록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향해가고 있다는 분명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일본 근원 CPI 추이>
(자료제공=인베스팅닷컴)
◇"실물 수요 개선" vs "수입 물가 상승·소비세 인상에 따른 반짝 효과"
아베 총리가 강력한 부양 조치로 엔화 약세 정책을 펴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CPI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CPI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로이터통신은 지표 개선의 가장 큰 이유로 실물 수요 회복을 꼽았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이 에너지와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현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뿐만이 아닌 다른 가격들도 상승해 실물 수요가 회복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나미 타케시 노린추킨 리서치 기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회복되면서 실물 수요가 회복돼 에너지뿐만 아니라 내구재 등의 물가도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CPI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수입 물가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쿠라모노 히데오 다이이치 라이프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는 분명하게 수입 물가 상승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소비세율이 인상되는 내년 4월까지 소비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다 내림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앤드류 설리번 김응 증권 트레이딩 부문 대표는 이전에 "소비세 인상이 되기 전에 가정과 회사들이 미리 소비를 늘려 물가 상승이 앞으로 몇 달 간 지속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한 바 있다.
◇디플레이션 종료에 접근..그러나 "2% 인플레 목표 달성은 어렵다"
이날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이자 전문가들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이 머지않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으로 꾸준히 물가 상승이 계속 돼 결국 디플레이션 탈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히데노부는 "올해 CPI가 1%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있고 내년에도 점진적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향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히데오 쿠마노 다이 이치 라이프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이것은 결국 가장 중요한 임금 상승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꾸준한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15년까지 2% 인플레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행(BOJ)이 26일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BOJ 정책위원중 3명은 2% 인플레이션 달성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BOJ 위원 사유리 시라이는 "현재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기업 투자도 부진하기 때문에 2% 인플레이션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 테더 포렉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도 "일본 물가 상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상승률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만약 BOJ가 2% 인플레이션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수치는 긍정적이지만 우리는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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