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A씨(여)는 3년간 다니던 첫 직장에 사표를 냈다. 자신의 성행위 동영상이 유포됐다는 사실을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듣고 난 뒤였다.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끝 간 데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음란물이 유통되는 외국사이트에까지 동영상이 오르내렸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신상털기'로 자신의 개인정보가 공개된 지는 이미 오래였다. 하루하루가 생지옥이었다.
A씨는 나약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대인기피증으로 사람을 피해왔지만, 지인들은 오히려 자신을 격려했다. 대책을 마련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일단 경찰서에 동영상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방송통서위원회에도 신고 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A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밤새도록 웹하드 사이트 등을 지켜보며 동영상 유포를 막고자 힘썼다. 전문 해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B씨 등 유포자 몇 명이 적발돼 50만~2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B씨 등은 보유하고 있던 동영상과 캡쳐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를 받았다. 동영상을 토렌트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도록 '마그넷' 주소를 올린 행위도 처벌대상이었다.
A씨와 남자친구는 민사소송으로 B씨 등 유포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로 하고, 이들을 상대로 위자료를 200만원씩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오규희 판사는 A씨와 남자친구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오 판사는 "피고들은 원고들의 인격적 가치를 심각히 훼손했으므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최초 유포자가 아닌 단순 유포자도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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