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B씨(52세)는 얼마 전부터 은밀한 관계를 지속 중이다. 함께 산악회 활동을 하던 여성과 만나고 있다. 결혼한 지 25년이 넘어가면서 아이들과도 어색하고, 부인과는 남보다 못한 사이다. 마음이 헛헛하던 차, 산을 오르며 손도 잡고 한잔씩 하다보니 깊은 사이가 됐다. 자식들 생각하면 이러면 안되지만 이미 몰래 만나는 짜릿함에 이미 중독돼 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과 같은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특별히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불륜 놀이터로 전락한 산악회
각자 가정이 있는 중년의 산악회 회원들끼리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꽤 많다. 심지어 등산이 불륜의 온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모씨(55세)는 "산악회 활동을 하다보면 스킨십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다 보니 감정이 생기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며 "아예 가입자체를 불순한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 모씨(56세)는 "땀이 뻘뻘날게 뻔한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오거나 여성들끼리 쉬엄쉬엄 걷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같아 말을 걸어보게 된다"며 "산에 오면 씻고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으니 아내에게 의심을 사지 않고 바람피우기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년 등산을 주제로한 인터넷까페에서는 노골적으로 불륜을 시도하는 글들이 난무한다.
회원들의 자기소개란에 명시된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애인만들기', '인연만들기'등이 대부분이다. 회원의 사진이 올려지면 '아름다우시네요' '제 핸드폰 번호는 010-XXX-XXXX입니다. 연락주세요'같은 댓글이 수십개씩 달린다.
박 모씨(54세)는 "나이들면 설레는 일도, 인생의 낙도 별로 없다"며 "부인이랑은 그냥 마지못해 사는거고 이럴 때는 그냥 낯선 여자랑 가볍게 소개팅이라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사진=뉴스토마토 DB>
◇동창모임..추억찾기 아닌 불륜찾기
동창모임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이 추억얘기를 하다보면 선을 넘기 십상이다.
김 모씨(54세)는 "알거 다 아는 중년 남녀들이 모여서 술마시고 놀다보면 불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노래방 갔는데 갑자기 블루스를 추거나 하는 등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 모씨(57세)는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니 정서적으로 교감하기도 수월하다"며 "우정을 빌미로 만난 지 10분만에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등의 행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모씨(58세)는 "동창회에 가고 싶어도 불륜 커플들 꼴보기 싫어서 안간다"며 "배우자들끼리도 아는 사이인데 너무 뻔뻔스럽게 행동하니 그냥 내가 안가고 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적인 충동에 휩쓸린 일탈은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 모씨(55세)는 "동창회로 시작된 남편의 불륜에 가정이 거의 파탄났다"며 "다음달 결혼하는 딸아이는 아버지라면 치를 떨고 결혼식장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했다"고 고백했다.
◇중년의 부부관계..유지 위해서는 노력이 필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베이비부머들의 불륜은 바쁜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난뒤 마음의 공허함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베이비부머들은 인생의 가을에 접어드는 시점으로 그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못해 본 아쉬움이 밀려온다"며 "자녀들도 부모 슬하를 떠나면 허한마음이 커지는 데다 이대로 그냥 인생이 흘러가나 싶어 마지막으로 불을 피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동창회나 산악회 등은 집과 일을 떠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남을 지속하다보니 인간적인 호감을 쉽게 느끼게 되고 그것이 육체적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간의 유혹이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한다.
김 소장은 "산악회를 다니다가 제비나 꽃뱀한테 꼬여서 수천만원을 뜯기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처음에는 사랑인 양 접근해 다가오고는 나중에 관계를 정리하려할 때는 마음의 상처를 배상하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한다는 공갈협박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륜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상처가 크다"며 "부부가 서로를 방치하지 말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등 끝없이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다루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나무도 햇볕을 쐬어주면 소중하게 잘 자라는 듯이 허한 마음에 밖으로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내 배우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