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찰이 국정원의 트윗글 121만 건에 대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후, 국정원은 직원들이 직접 쓴 글은 590개에 불과하다고 조직적 대선개입이 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4일 범죄일람표를 분석해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야당 의원들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부분은 본질이 아니다"며 극우 성향의 사이트에서 글을 봇 프로그램을 통해 퍼 나른 것이 트위터 댓글 개입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트위터에 크게 세 갈래에서 퍼 나를 글을 찾았다. 우선 보수성향의 트위터를 집중 리트윗했다. 이들은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가입한 여러 모임들의 글을 집중 리트윗했다. 트위터 상에서 '#'(해시태그) 뒤에 특정 단어를 붙이면 검색이 편리해지며 특정 주제에 대해 공유할 수 있고, 검색도 용이해지는 점을 이용했다.
이들이 리트윗한 트위터 글들은 '댓글'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후보 지지와 야당·야당 대선 후보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시기에 따라서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 번갈아가며 표적이 됐다.
"북괴를 믿는 것보다, 생선이 고양이를 믿는 게 더 낫다…@********: 군복 입고 軍 와해시키려는 문재인!"
"이정현 '박근혜 지지율 반등은 이제부터'http://bit.ly/OAgywb'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박근혜와 함께 http://bit.ly/bafrnh'"
이때 주로 리트윗된 글들의 #(해시태그)를 보면 'KOCON'·'safekorea'·'DCin'·'박근혜'·'박정희'·'일베' 등이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이들 모임과 국정원의 트윗글이 상호 연관성을 맺으며 재생산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아울러 극우 성향의 네티즌들의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글들도 링크하는 방식으로 트위터에 올렸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정원이 특정 '봇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미리 등록해 놓은 블로그나 카페에 새로 등록된 글들이 자동적으로 트위터에 게시되도록 설정하고, 이를 동시에 자동적으로 수백 군데에 퍼 나르는 프로그램을 동원한 것이다.
이들이 글을 퍼 나르도록 등록한 인터넷 카페 중에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팬 카페인 '박사모'도 포함됐다. '대한민국 사랑'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는 자신에 대해 "친북 종북 분자들과 노무현지지 세력들을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끼리 트윗글을 퍼 나르는데 사용한 '트위터피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누가 더 많은 글을 올렸는지 경쟁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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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조직적 선거개입이 아니다'는 반박 논거 중 하나로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블로그 글도 트위터에 링크했다는 점을 든 바 있다. 이춘석 의원은 오히려 이 부분이 자동 봇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극우인사 중 지만원 씨 같은 경우는 자신의 입장에 따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글도 올린다"며 "이런 내용도 확인 안하고 트윗글에 올라가서 생성된 글"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들은 언론 기사도 수시로 링크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싣거나 보수 인터넷 매체의 글들도 집중적으로 링크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앞서 "몇몇 보수언론에게 기사 및 칼럼을 청탁 후 이를 다시 대량으로 유포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언론사를 관리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이날 발표한 사례를 보면 국정원이 트위터 기사 링크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직후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49%, 박근혜 40%'라는 결과가 나오자, 국정원은 202개의 계정을 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박근혜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선다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퍼 날랐다.
결국 국정원이 '조직적 대선개입이 아니다'며 내세운 주장은 검찰 수사로 완벽히 반박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 차원에서 단순히 댓글을 다는 방식을 뛰어넘어 이토록 치밀하게 글을 게시했다는 점에서 '조직적 개입'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날 법사위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내용이 국정원 트윗글의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로부터 범죄일람표를 앞뒷면으로 인쇄된 A4 용지 8 박스로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도 물리적 한계를 토로했다.
"양이 너무 많아 현재 인력으로 불가능해서 지난해 10월~12월만 조사했다."(이춘석)
"양이 너무 많아서 지난해 10월24일부터 11월1일까지의 7일 정도만 분석했다. 그런데 글이 8만개였다"(서영교)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간의 인터넷 카페, 블로그만 분석했다."(서기호)
말 그대로 범죄일람표 내용 중 극히 일부분만 분석한 것이 이 정도라는 것이다. 더욱 많은 트윗글이 분석될 경우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말한 바 있는 "3.15 부정선거와 같은 사태"라는 인식에 공감대가 생겨 야당의 특검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범죄일람표를 '엑셀 파일' 형식으로 입수해 분석하고 있는 반면에, 야당 의원들은 검찰로부터 서면 제출 받아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검찰이 엑셀 파일을 주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범죄일람표를 줬으니 그건 줄 수 없다는 것 같다"며 "수차례 요구했는데 계속 거절당했다"고 털어놨다.
야당 의원들은 현재 밝혀진 121만 개의 트윗글 역시 "빙산의 일각의 일각의 일각(신경민)"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춘석 의원은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나름대로 수사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외부조력자에 대한 수사 방향이 잡히지 않고, 멈췄다"며 "외부 조력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돈을 지급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을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도 "검찰이 이것 말고도 아직 수사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지금 밝혀진 것은 대북심리전 2팀·3팀·5팀이다. 대단히 은밀한 1팀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1팀은 국군사이버사령부와 연계됐을 수도 있다"며 "검찰 수사가 미진한 채로 앞으로 가지 못하고 멈춘 부분이 있다.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 이런 점의 연장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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