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태융 리홈쿠첸 대표 "미래는 중국에 있다"
2013-12-10 15:38:06 2013-12-10 16:41:33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러시아는 우리만큼이나 가족간 동질감이 강한 곳입니다. 겨울이 길고, 춥고, 밤 역시 길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하는 요리문화가 굉장히 발달했습니다.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멀티쿠커'에 대한 러시아 시장 반응이 뜨거운 이유입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 리홈쿠첸 본사에서 만난 강태융 리홈쿠첸 리빙사업부 대표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돌풍 배경에 대해 '문화'와 '환경'적 요인을 꼽았다. 가족간 동질감과 기후적 특수성이 시베리아 대륙에서 리홈쿠첸 이름을 새기게 된 근본적 배경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리홈쿠첸의 시장 전략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공략 지역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면밀히 살피고 현지에 특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것으로, 기술에 대한 확신은 대전제다. 
 
리홈쿠첸은 현재 쿠쿠전자와 더불어 국내 밥솥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특히 고급화 전략은 시장 1위인 쿠쿠전자와의 차별성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렌지로 제품군을 넓혀 나가고 있다. 
 
아직 해외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머물고 있지만 국내와 해외에서의 매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지에 특화된 제품을 앞세운 러시아에서의 성공은 리홈쿠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는 중국이라는 또 다른 대륙 공략의 발판이 됐다.
 
◇러시아가 밀고, 중국이 당기고.. 답은 해외!
 
리홈쿠첸은 올해 수출액 2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러시아와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사업을 벌인 지 2년 반만의 쾌거다. 
 
중국인들의 한국산 밥솥 사랑은 익히 유명하지만 러시아에서도 한국 밥솥은  '멀티쿠커'라는 이름으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지 1년만에 해외 매출의 60% 가량을 내면서 강 대표는 해외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 대표는 "러시아의 최고 가전 메이커인 보르크(BORK)에 우리의 최고가 상위 3개 모델을 공급하고 있는데, 고가임에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다만 리스크 요인으로 러시아 시장의 석유와 가스가격 전망이 어렵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리홈쿠첸은 러시아의 최대 가전기업인 BORK사와 협약을 맺고 국내에서 출시되는 프리미엄 라인의 밥솥을 멀티쿠커로 변형해 러시아에 진출했다. 고급 마케팅과 다양한 요리레시피 제공 등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른 신 부유층을 겨냥하면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곧 중국시장 공략의 전략적 토대가 됐다.
 
"중국에서는 쌀을 '익혀 먹는다'고 하죠. 하지만 밥을 '짓는다'고 표현하는 우리 관점에서 보면 밥을 익히는 것과 짓는 것은 엄연히 다르죠. 우리는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쫀득쫀득한 맛을 좋아합니다. 그런 맛을 아는 중국의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익힌 쌀'을 만들어내는 저가형 밥솥보다 살아있는 식감을 전해주는 프리미엄 밥솥을 통한 타겟팅 전략에 의미를 부여했다. '맛'을 찾는 부유층의 지갑을 공략하겠다는 것.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메이드인 코리아'를 내세워 대륙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중국 전 지역의 판매망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기존의 A/S 망을 판매망과 연결하며 네트워크를 다져가고 있다. 사후 서비스가 담보되지 않는 일회성 판매는 지양하겠다는 얘기다.
 
중국 최대 업체인 메이디와 한국의 쿠쿠전자, 일본의 파나소닉 등 신 삼국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쟁쟁한 경쟁자들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리홈쿠첸은 내년부터는 온라인과 홈쇼핑 등의  유통 채널에도 주력해 시장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강 대표는 "미래는 중국에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러시아 시장에서 얻은 이익과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전체 역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시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IH렌지는 또 다른 먹거리..명가 자존심 잇는다!
 
국내 밥솥시장에서 2위를 점하고 있는 리홈쿠첸은 최고급 프리미엄 밥솥이라는 이미지를 다지기 위해 배우 장동건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국내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내 밥솥시장 규모는 연간 6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시장을 정체기로 판단하는 시각도 많다. 인구 수가 줄어드는 데다 식생활도 급속히 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밥솥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소 수년간 사용하는 탓에 교체수요도 그리 크질 않다.
 
◇강태융 리홈쿠첸 대표가 리홈쿠첸의 해외진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리홈쿠첸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밥솥을 이을 다음 먹거리로 IH(Induction Heating) 기술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렌지를 내놨다. 일반 가스렌지는 화재위험이 상존하고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등의 단점으로 인해 이미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하이브리드 렌지가 보편화됐다. 반면 국내는 조리용기 등의 이유로 보급률은 채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30년전 사용하던 가전제품 중에서 그 모양 그대로 사용하는 제품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 모두 디자인과 방식 등이 혁신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유일하게 가스렌지만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리홈쿠첸은 하이브리드 렌지에 하이라이트 방식 등 두 가지 열원을 함께 탑재해 편의성을 도모했다. 고가의 렌지에 대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렌지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렌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 8월 말 출시 이래 5000여대 이상 판매하며 회사는 시장 잠재력데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목표치도 늘려 잡았다. 내년에는 4~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ALL-IH렌지 제품 출시도 꿈꾸고 있다.
 
강 대표는 인터뷰 말미 "우리는 1등 회사는 아닙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2위입니다. 하지만 한 차원 높은 디자인과 품질을 내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겠습니다"고 다짐했다.
 
한편 리홈쿠첸은 지난 3분기 9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3억원, 56억원으로, 각각 15.2%, 62.4% 급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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