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1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은 공공기관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핵심이다.
정부가 제시한 부채감축의 3대 원칙을 보면 우선 공공기관 스스로 자구노력 등 부채감축계획을 제시하고, 그 다음 정책당국이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정책패키지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경영평가를 통해 이 자구노력이 이행되도록 관리하는 순이다.
특히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증가를 주도한 12개 공공기관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서 내년 1월까지 자구계획을 제출받고, 이를 점검해 정책패키지와 함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부채감축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공공기관 스스로가 제출하는 자구노력에 공공요금 인상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중점관리하겠다고 밝힌 12개 공공기관 대부분이 공공요금과 연결된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12개 중점관리대상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시철도공단, 예금보험공사, 한국장학재단이다.
전기, 수도, 가스, 철도, 도로 등 공공재와 엮어 있는 공공기관들이다보니 자구책 마련과정에서 재정확보를 위해 요금인상을 계획하지 않을 수 없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정책패키지를 제공한다고 했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의해서 충당이 가능하면 더이상의 조치가 필요없는 것이고, 그것으로 안된다면 공공요금인상도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이번 공공기관 정상화대책과 함께 추진하는 공공기관재무정보 공개대상에는 전기요금 원가회수율 등 공공요금에 대한 재무정보도 포함돼 있다. 자연스럽게 공공기관들의 자구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공공요금사업에 대해 원가보상률 검증기능 등을 강화해서 최대한 인상을 억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들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의 부채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들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412조3000억원으로 전체 295개 공공기관 부채 493조4000억원의 83.6%에 달한다.
특히 이 중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장학재단을 제외한 1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15년간 245.3%로 급증했다. 또 이들 기관은 영업이익이 합계 4조3000억원으로 이자비용 7조3000억원도 지급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부채의 상환능력도 떨어져 있다.
이들 기관의 공공요금사업은 원가보상률도 크게 떨어져 있다.
올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전기요금의 원가보상율은 지난해 기준 88.4%였고, 가스는 86.3%, 수도는 82.6%, 도로는 81.0%, 철도는 78.8%다.
박진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소장은 "현재 높은 원가가 공공요금 인상으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경영평가를 통한 원가절감압력은 있지만, 기관이 스스로 원가를 절감할 유인은 없는 구조"라면서 "공공요금사업의 경우 정부가 공공요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가보상률 검증기능을 강화해서 적정한 요금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과 관련해 민간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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