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조용하던 용산 쪽방촌 일대가 파란 물결로 뒤덮였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 30여명은 11일 오전 10시 영하 2도의 한파를 뒤로 한 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소재 쪽방촌을 찾았다. 삼성생명,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제일기획, 삼성증권,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과 임직원들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사회봉사단 주관으로 이뤄진 이날 행사는 용산뿐 아니라 영등포, 동대문, 종로, 남대문 등 쪽방 밀집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촌을 찾아 어르신에게 생필품을 전달한 후 대화하고 있다.ⓒNews1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2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하는 박모(76세) 할아버지를 찾았다. 언덕배기에 있는 박 할아버지 집은 간밤 내린 눈으로 빙판으로 변해 있었다.
박 할아버지는 "북한에서 혼자 내려와서 수급자로 살고 있다"며 "원래 종로3가 공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걷기 운동도 하지만 요즘은 날이 추워져서 방 안에만 있다"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가 "당뇨가 있어서 정부로부터 약을 받아서 치료하고 있다"고 말하자, 김창수 사장은 건강 관리를 당부하며 위로했다. 김 사장은 할아버지에게 가져온 겨울나기 생필품 박스와 털조끼·점퍼·방한용 실내화 등을 건넸다.
◇쪽방촌 할머니를 찾아 선물을 건내고 있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사진=뉴스토마토)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3층 건물 쪽방에 사는 김모(75세)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는 그간 말벗이 그리웠다는 듯 박 사장을 보며 인생사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가는 등 말벗을 자처했다.
박 사장은 준비해 온 생필품 선물을 전달하고, 털조끼를 할머니에게 직접 입혀 드렸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남대문 쪽방촌을 찾아 김모(80세) 할머니에게 생일 선물과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도 이모(86세) 할머니를 찾았다. 이 할머니는 관절염과 백내장 수술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안 사장은 찜질기와 건강식품 등을 선물하며 위로했다.
◇점퍼와 생필품박스 등을 나눠주고 있는 삼성 직원들(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쪽방촌 주민들은 쌀·김·생필품 등이 담긴 박스를 받기 위해 밤새 내린 눈으로 빙판길로 변해버린 보도를 메우고 긴 줄을 섰다. 삼성 사회봉사단은 용산 주민 900명 분의 생필품 박스를 준비했다. 또 털옷과 조끼·방한용 신발도 지원했다.
박스를 받은 김모(81세) 할아버지는 "삼성 최고다. 매 겨울마다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삼성 계열사 직원들은 상자를 들고 집까지 배달에 나서기도 했다. 봉사에 참석한 관계자는 "날도 춥고 힘들지만 즐거운 일"이라며 흔쾌히 기쁨을 전했다.
한편 일부 주민들은 몰려드는 취재진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삼성이 항상 추울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것은 고맙지만 우르르 몰려와서 사진 찍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사장단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생필품을 나르고 있다.ⓒNews1
이날 전국 6100여개 쪽방에 라면·참치캔·김 등이 담긴 생필품 세트와 오리털 방한조끼 등 총 6억원의 물품이 전달됐다. 벽화 그리기와 환경정화 봉사활동도 펼쳐쳤다.
삼성은 향후 3주 간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을 통해 임직원 약 8만500명이 전국의 8만여 소외계층을 찾아 난방유와 연탄·생필품·선물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삼성 사회봉사단 관계자는 "지난 2004년부터 10년째 연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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