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야권의 잠룡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른 시기에 레이스가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발선의 테이프를 끊은 것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최근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하며 새정치추진위원회를 통해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복에 본격 나서고 있다. 표면상 안 의원은 새정추의 위원장이 아닌 위원 신분이지만, '안철수 신당'이라는 데에는 정치권의 이견은 없는 듯하다.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새정추' 구성 계획을 밝힌 뒤, 인재영입을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새정추 차원에서 지역 순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빠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어 또다른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다.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2017년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집착하지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는다"는 말로 대권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문 의원은 이후 "정권 교체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문 의원은 12월 들어 대선 회고록을 출간하고 서울과 부산에서 출판 기념회를 하는 등 대중과의 접촉도 강화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일부 '대선 후보였던 사람의 활동 재개 시기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문 의원 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패했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회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또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18일에는 손 고문의 비서실장 격인 신학용 의원이 MBC 라디오와 YTN 라디오와의 연이은 인터뷰에서 문재인 의원의 행보와 관련해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김칫국 마시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손 고문 측은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생긴 감정적 앙금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 신흥 잠룡으로 부각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17일 대권에 대한 의지를 일부 밝혔다. 그는 17일 충남도청에서 가진 도정 결산 송년 기자회견에서 "정신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정자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고 말해 대권을 향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안 지사는 민주당의 집권 10년에 대해 '실패'로 규정하는 당내 일부 세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새로운 지도력으로 서민과 갈라진 조국의 평화로운 번영과 발전을 위해선 민주당이 제일 낫다는 평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새로운 지도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이런 잠룡들의 행보에 민주당 지도부는 불편한 표정이다. 김한길 대표는 17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이니 그 분들의 활동이 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지금은 개인적인 정치적 목표를 내세울 때가 아니고 선당후사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 보이는 잠룡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비되게 여권에서는 잠룡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무성·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활동은 미미하다. 김무성 의원의 경우 대화록 무단 유출 의혹 관련된 의혹이 부각되며 드러나는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정 의원의 경우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등 최근 행보가 대권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상 집권 초기에 여권에서 차기 주자가 거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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