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2014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상승세에 접어들며,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촉발된 경기둔화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고 중국은 7%대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글로벌 경제를 견인했던 신흥국과 골칫덩이 유럽은 부진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2014년 글로벌 경제의 성적표를 5회에 걸쳐 전망해본다. [편집자]
미국 경제가 확실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로 약 2년만에 최대 성장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도 5년만에 양적완화 출구전략(테이퍼링)에 돌입하며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확신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시장과 주택경기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며 이를 통해 기업경기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것.
다만 테이퍼링에 따른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등이 미국 경제 회복의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채한도 증액 문제나 정치권의 대립이 첨예한 오바마케어 등도 미 경제의 복병으로 남아있다.
◇내년 미국경제 3% 초반까지 성장
내년에는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다. 주요 경제기구 및 월가에서는 내년도 미국 경제가 최대 3% 이상까지도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미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9~3.1%에서 2.8~3.2%로 상향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은 각각 2.9%와 2.8%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IMF가 제시한 전망치는 2,6%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미국의 경제성장은 빨라지고 실업률은 낮아지고 있다"며 "모든 측면에서 내년도 미국 경제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2.6%, 씨티그룹은 2.7%의 성장을 점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도 미국경제가 3.0~3.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핌코는 2.25~2.75% 성장이라는 비교적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2% 후반의 성장을 기대했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선임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재정적 규제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경제를 괴롭혀왔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이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이후 달러 강세로의 전환이 예상되지만 부동산경기나 지적재산권 같은 내수 산업군이 추세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주택시장 점진적 회복..모기지금리 상승이 변수
최근 실업률이 7.0%까지 내려오며 미국의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월간 고용창출규모가 25만명 수준까지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도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6.4~6.8%에서 6.3~6.6%로 낮춰 잡았다.
임노중 IM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의 고용회복 속도라면 내년 4~5월 쯤에는 일자리 측면에서 미국 고용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고용정상화 이후부터는 임금상승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직단념자 증가에 따른 실업률의 착시효과와 저임금 일자리 양산 등은 극복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랜 경기침체로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많아 실업률이 줄어드는 착시효과가 있다"며 "임금수준이 낮은 서비스업의 일자리는 회복된 반면 고임금 직종인 건설업과 제조업 부문은 아직도 일자리 창출 규모가 마이너스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시장도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개선폭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내셔널비지니스타임즈(IBT)는 미국 주택가격이 내년도에 4%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11%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는 것이다.
주택시장 회복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연준이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돌입하면서 모기지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 이후 모기지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19일 현재 30년만기 모기지금리는 4.47%로 한주 전 4.42%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경기 리서치회사인 질로우(Zillow)는 내년에 30년만기 모기지금리가 2010년 초반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기지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경기 둔화가 나타나더라도 회복세를 완전히 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임노중 팀장은 "연준이 테이퍼링 시행에 나섰지만 여전히 750억달러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그 자금이 금리상승을 제어하고 낮은 금리는 주택경기 회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 회복세..기업경기 전망도 '맑음'
주택경기와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짐에 따라 민간의 소비지출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및 부동산 등 자산가격상승에 힘입은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소비부문의 안정에 가장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소비심리는 최근 비교적 큰 폭의 개선세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미국내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7% 증가하며 5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과 미시간대가 공동으로 집계하는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 82.5를 기록하며 지난 7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임노중 팀장은 "고용과 경제회복을 고려할 때 소비심리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에 고용이 정상화될 경우 미국 경제는 소비 증가가 생산,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자율성장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실적도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등 기업경기도 회복세를 띌 전망이다. 3분기 미국의 GDP성장률을 이끈 것이 기업의 재고증가라는 점도 기업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 한다.
다만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따른 달러화 강세 및 금리상승 등이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금리가 많이 뛸 경우 향후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의 수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 美 경제 리스크 크지 않아
연준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의 시행을 밝히며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정치권에서도 2014·2015회계연도 예산을 통과시킨 만큼 미국 경제를 흔들만한 리스크는 크게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남아있는 리스크로 ▲자넷 옐런 차기 연준의장의 시장 장악력 ▲부채한도 상향조정과 중간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 ▲오바마케어 시행에 따른 기업의 자금부담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각각의 리스크가 가지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옐런이 시장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활하게 해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 시행을 결정한 만큼 시장이 느끼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로이터통신이 이코노미스트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90% 이상인 55명이 연준이 내년 중으로 양적완화를 모두 끝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201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한도 상한선 도달 시점은 내년 2월7일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오바마 대통령도 집권 2기인 만큼 중간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민구 NH농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에도 미국내 재정관련 리스크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과거 정치적 교착상태가 경기의 방향성을 바꾼 적은 없다”며 “과거 정치적 교착상태가 단기적인 금융시장 혼란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타결 이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오바마케어 시행과 관련해서는 약간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오바마케어의 시행이 1년 유예되긴 했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5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부담이 생기는 만큼 기업이 고용을 줄이거나 파트타임을 늘리는 등 고용의 질적 측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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