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해외법인 대출업무 '구멍'..총체적 부실 드러나
직원시켜 대출업체 담보문건 스캔위조..문건 아예 안 받기도
한국 유학생 대표로 내세운 '유령법인'에도 거액 대출
2013-12-29 09:00:00 2013-12-29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의 이번 '국민은행 도쿄지점 대출비리 사건' 중간수사 결과는 국민은행 해외법인의 대출업무가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국민은행 전 도쿄 지점장 이모씨(57)와 전 부지점장 안모씨(53)는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고 대출서류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 명의로 분할 대출해주거나 같은 부동산을 중복적으로 담보로 잡고 부당 대출을 해줬다.
 
먼저 이씨 등은 국민은행 내부 여신관련 규정을 위반해 대출심사에 필요한 매매계약서와 감정평가서상 매매계약 금액, 감정평가 금액을 위조해 금액을 과다하게 부풀린 뒤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 등은 차주인 업체들의 재산상태 등을 심사한 뒤 대출금액을 정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업체들이 필요한 대출금액을 정해놓고 부동산 매매계약서나 감정평가서를 위조해 대출금액에 맞춰 대출해줬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돈을 건넨 업체들이 대출을 신청해오면 여신 담당직원을 시켜 업체들이 제출하는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감정평가서를 컴퓨터로 스캔해 매매금액이나 감정평가금액을 사전에 약정한 대출금액에 맞춘 뒤 금액을 끌어올려 대출을 실행했다.
 
또 매매계약서 등을 위조하는 것이 번거롭자 업체들로부터 위조된 문건을 제출하도록 지시하거나 심지어는 매매계약서를 아예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 대출비리 사건에는 부동산 매수자들이 매수 대상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위조된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대출해주다보니 실제 부동산 매수자들은 자기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에 기소된 한 업자는 실제 매매대금이 2억900만 엔인 부동산을 감정가액 3억3000만엔으로 위조해 2억3000만엔을 대출받아 부동산매매대금을 제한 2100만엔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이씨 등은 또 대출을 받는 업체가 내세운 제3자 명의의 신설법인이나 휴면법인에 거액의 대출을 해줬는데, 이 가운데는 돈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 한국 유학생들이나 업체 가족들 법인의 대표자로 등록된 법인들도 적지 않았으며, 이씨 등이 오히려 업체들에게 이같은 방법을 알려주고 대출을 종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방법으로 대출받은 업체들 중에는 30~40개 가량의 제3자 명의를 내세워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이씨 등은 이런 차주들을 주요 고객으로 지정한 뒤 평소 대출 내역을 따로 보관하면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은 또 A업체 소유의 지하 1층 지상 8층 건물을 담보로 3억엔을 대출해준 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의 근저당권을 임의로 해지한 뒤 이를 담보로 다시 B업체에 2억7000만엔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A업체 소유의 건물은 총 4억1000만엔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씨 등은 이보다 1억6000만엔이 더 많은 5억7000만엔까지 대출을 해준 것이다
 
검찰은 이씨 등이 이 외에도 대출받는 업체들의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담보로 취득할 수 없는 물건들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실행하기도 하는 등 여러 행태로 불법대출을 해 준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불법대출 사건으로 인해 국민은행에서는 지난 11월 말경 부실채권 중 일부를 매각해 540억원의 실제 손해가 발생했으며, 수사가 더 진행되면서 국민은행의 실제 손해 발생액은 더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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