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침체가 계속되면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글로벌 경기 회복이 빨라지고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을 초래했던 중국 철강사들이 본격적 감산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전방산업 침체로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이 문제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3고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냉연사업까지 진출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데다, 증설로 생산량마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9월1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3고로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오고 있다.(사진=현대제철)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 체제는 현대제철의 재탄생으로 벽이 무너졌다. 특히 모그룹을 든든한 후원군으로 두면서 절대강자 포스코를 위협할 자리에까지 올랐다. 양강이 자릴를 확고히 하면서 하위 철강사들과 강종별 경쟁 구도 또한 심화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자동차 강판용 열연물량을 390만톤에서 492만톤 수준으로 늘리고, 초고장력 강판 등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에 현대·기아차에 물량을 납품했던 포스코와의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오는 2015년 현대제철 당진 특수강공장이 완공되면 세아베스틸 등 기존 특수강 선두 업체와도 경쟁 또한 불가피해진다. 현대제철 당진 특수강공장은 연산 100톤 규모로 특수강봉강 60만톤, 특수강선재 4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세아베스틸의 2012년 특수강 판매량(153만톤)의 65.4% 수준이다. 세아베스틸은 국내 특수강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로, 이중 현대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70%에 달한다.
볼트와 너트, 스프링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선재의 경우에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체제를 갖춘 포스코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포스코도 맞불을 놨다. 올해 철분말 공장과 열연공장, 파이넥스 3공장 준공이 예정돼 있어 국내 철강재 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안에 연간 조강생산량 3만톤 규모의 철분말 공장과 연산 330만톤 규모의 4열연공장, 연산 20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3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철분말은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의 컨트롤 기어, 시프트 기어 등 구조용 부품 제작에 사용되는 핵심원료로, 현재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 내에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철분말 공장을 짓는 등 자급자족 체제 구축에 나섰다. 철분말 공장은 이르면 다음달 완공된다.
반면 칼라강판은 국내 경쟁자가 하나 줄게 된다. 유니온스틸과 동부제철이 국내 칼라강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하이스코, 포스코강판, 세아제강, 세일철강 등 총 6개 업체가 국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중 동부제철이 칼라강판을 생산하는 인천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모그룹의 자구안에 인천공장 매각안도 포함됐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은 국내 칼라강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총 4개 라인에서 연간 45만톤의 칼라강판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한다. 유니온스틸을 비롯해 현재 칼라강판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가 인수할 경우 국내 1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의 바오산 철강이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인천공장 매각을 완료한 뒤 칼라강판 공장을 국내에 건설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당분간은 자동차 섀시로 사용되는 고탄소강과 파이프용 강관 등 열연, 냉연 제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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