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지난 6일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1심을 앞둔 심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사진=금호석화그룹)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죄가 있으면 나쁘게 나올 거고, 없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죠."
담담했다. 형제 간의 갈등이 비화되면서 세간의 관심도 커졌지만 여론에 대한 부담보다는 법리로 결정 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법정싸움으로까지 이어간 형(박삼구 회장)에 대한 원망도 숨기지 않았다. 냉기류는 여전해 관계 복원은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자신을 향한 책망이 기저에 있었다.
지난 6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재계 신년회에 참석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따로 만났다. 박 회장 앞에는 현재 두 개의 짐이 높여져 있다. 업황 침체를 타개할 대안 마련과 함께 눈앞으로 다가온 1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날 신년회에는 경영권 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월 형수인 고 박성용 전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씨의 빈소에서 조우한 뒤 넉 달 만이다.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애써 고개를 돌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형인 박삼구 회장과 인사를 나눴는지 묻는 기자 질문에 그는 "참석했는지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간의 갈등으로 생긴 앙금은 쉽사리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원망의 틀 속에 묶이기 보다 경영력으로 금호가의 명예를 지키는 동시에 자신에게 지워진 혐의를 덜겠다는 의지가 은연 중에 비쳐졌다.
올해 경영계획에 대해서는 투자 규모를 늘리기보다 기존 사업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안정적 캐시카우 확보에 적극적 뜻을 보였다. 박 회장은 "과거에 투자를 해 놓은 게 많아서 올해는 슬로우하게 할 것"이라며 "다만 열병합 발전소에는 올해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997년 열병합발전소로 에너지 사업에 진출해, 현재 집단에너지 사업자로서 여수에 2개의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스팀 910 T/H, 전기 155 MWh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발전소 사업의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여타 그룹들도 사업 검토를 추진하거나, 이미 뛰어들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2011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률(횡령·배임)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오는 16일 재판부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고 벌금 300억원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최후변론을 통해 "저와 (형인) 박삼구 회장 사이에 경영에 대한 생각이 달라 틈이 생겼고, 결국 공동경영 합의가 지켜지지 못했다. 각자 독립경영을 하자는 게 본인의 뜻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 일이 생겼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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