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영국 경제 곳곳에서 경기 회복세가 눈에 띈다. 고용과 제조업, 소매판매와 주택거래 부문까지 유럽 경제 둔화 위기설이 무색할 만큼 일제히 살아났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면서 기업 수익이 개선되자 고용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9%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 7.1% 고용시장 ‘햇살’..소비심리·기업활동 동반 ‘개선’
22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은 지난해 9~11월까지 3개월 동안의 실업률이 7.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10월 기간 동안 기록했던 7.4% 실업률과 시장 전망치인 7.3%를 모두 하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영국의 실업자 수는 232만명으로 직전 3개월에 비해 16만7000명 줄었다. 지난 1997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실업자 수는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2008~2013년 영국 실업률 추이 (자료=영국 통계청)
주택 가격이 증가하는 가운데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풀리면서 기업의 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국 국가통계청(ONS)에 따르면 작년 영국 집값 상승률은 5.4%로 집계됐다. 특히, 런던은 무려 11.6%나 가격이 뛰었다. 정부가 집을 살 때 현금을 지원해 주거나 임대 시 세금을 깎아준 덕분이다.
밥 패널 CN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과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등 영국 경제 성장세에 발맞춰 모기지 거래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닫혔던 지갑이 열렸다. 지난 17일 ONS는 지난해 12월 영국의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0.2% 증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 같은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계의 소비가 살아나자 영국 기업들도 탄력을 받았다. 영국산업연맹 (CBI)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해 1월까지 3개월간 제조업체 중 34%가 신규주문이 직전 3개월보다 증가했다고 답했다. 반면에 21%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격차를 계산하면 플러스(+) 13% 인데, 이는 지난 2011년 4월 이후 최고 수치다.
스테판 기포드 CBI 수석분석가는 "제조업 분야는 회복되는 중"이라며 "신규 수주가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로 늘었다"고 말했다.
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보고서를 내고 영국 기업의 93%가 올해 경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중 자동차 회사인 재규어 랜드로버와 닛산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내 가장 규모가 큰 자동차 회사인 닛산은 콰스콰이 새 모델을 선덜랜드 지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이후 7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 28년 동안 선덜랜드 공장에 5억3400만파운드를 투자해왔다.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 VS “시기상조”
이처럼 기업과 가계 경기가 호전된 가운데 실업률이 큰 폭으로 내려가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실업률이 7%까지 하락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의 현행 기준금리 0.5%로 지난 2009년 2월부터 이어져 왔다. 이는 300년래 최저수준의 금리다.
하워드 아처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활기를 띠고 기업의 자신감도 살아나는 추세라 노동시장은 몇 달 내로 안정될 것"이라며 "올해 2분기쯤에는 실업률이 7%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운 브라더즈 해리맨 마크 챈들러 스트래티지스트는 "BOE는 세계 중앙은행 중 기준금리를 가장 먼저 올린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회복 신호로 여겨질 것"이라며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놨다.
다만, BOE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BOE의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위원들은 “실업률이 목표치인 7%에 도달하더라도 당장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경기 호전으로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당장은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
무엇보다 BOE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만큼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저조한 임금 상승률이다. 지난 9~11월 상여금을 제외한 평균 임금은 전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지난 12월 기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에 달한다. 물가가 올라가는 속도를 임금이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 수령액이 점차 내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6일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현재 최저임금인 시간당 6.31파운드(1만900원)를 오는 2015년 10월까지 무려 10% 오른 7파운드(1만2100원)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도 실질임금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크리스 레슬리 재무부 수석 비서실장은 "실질 임금이 내려가고 있는 이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일반 가계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 카니 BOE 총재가 가계와 기업이 충분히 살아날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온 점을 고려해도 금리 인상이 시기상조인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캥거루족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부모에 의존하는 젊은 층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라 BOE는 금리를 쉽사리 올릴 수 없는 처지다. ONS에 따르면 높은 청년 실업률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20~34세 젊은이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지난해 330만명으로 지난 1996년보다 25% 늘었다.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내년 2월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단, 제임스 나이틀리 ING뱅크 이코노미스트처럼 경제 회복세가 빨라지면 올해 안에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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