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킨 녹십자가 피넬리티 지분까지 추가 인수할 지를 놓고 제약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투자사인 피넬리티는 현재 9.99%의 일동제약 지분을 보유, 3대주주에 등재돼 있다. 녹십자가 피넬리티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을 사들일 경우 단숨에 38.99%로 일동제약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34.16%다.
녹십자는 일단 추가적인 지분 인수 작업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사 간의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하는 등 2대주주로서 경영에는 참여하되 인수합병은 없다는 게 녹십자 주장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2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위에서 말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적대적 M&A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며 “녹십자의 공식 입장은 경영권에는 관심 없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일동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의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무리하게 차입까지 해하며 이호찬 씨의 일동제약 보유지분을 인수한 데다 주총에서도 피넬리티와 손잡고 지주사 전환건을 부결시키는 등 그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데 동의하는 기류다.
한발 더 나아가 녹십자가 추가적인 지분 확대를 통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불사할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녹십자의 반대는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수순으로 봐야 한다. 녹십자가 지분율을 급히 늘린 이유"라며 "추가적인 지분 확대를 통해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다른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목표가 확고했다면, 주주들을 상대로 명확한 의도를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작업들이 없었다”며 “주총 1주일 전 이호찬 씨의 지분(12.57%)을 녹십자에게 뺏기는 등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품에 안게 되면 100년 넘는 제약사에서 첫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기록된다. 동시에 유한양행을 제치고 단숨에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연매출만 1조3000억원 규모. 녹십자는 지난해 9000여억원, 일동제약은 4000여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양사 간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아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평가다. 녹십자의 경우 혈액제제와 백신 등 비화학물의약품 분야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일동제약은 반대로 전문약과 일반약 등 화학물의약품이 전체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영업력도 일동제약의 강점이다.
◇일동제약의 대표 일반의약품 아로나민골드 시리즈. 이 제품들은 지난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사진=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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