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전재욱·조승희기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진보당) 의원에 대해 검찰이 지난 3일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10년의 중형을 구형하면서 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도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란음모 사건의 유무죄 여부에 따라 정부나 진보당측 중 한쪽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검찰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 심판사건에서 서로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서 검찰이 주장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RO' 모임의 실체다. 검찰은 "'RO' 조직활동은 통합진보당의 활동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정재욱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는 "변호인측은 'RO'조직 회합이 진보당 경기도당 모임이라고 주장하지만 'RO' 조직은 진보당의 경기도당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진보당 경기도당 홈페이지와 SNS 계정 등에 모임에 대한 관련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당 행사에서 보이는 현수막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안을 이유로 몇시간 거리에서 온 사람을 10분만에 해산시키고 진보당 의원 6명 중 3명이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소개조차 없었다"며 "이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공식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RO가 진보당과 별개로 이석기 의원이 지휘하는 지하 혁명조직임을 강조하는 한편 이석기 의원측은 당 차원의 행사모임이라고 주장함으로써 RO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에서 정부를 대리한 법무부측은 RO를 진보당의 활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석기 의원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논리와 정반대다.
이는 RO와 진보당의 동일성을 강조함으로써 진보당이 위헌정당임을 설명하려는 의도다.
정점식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해산심판 첫 공판기일에서 정당 행동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진보당은 'RO'모임에 참석한 당원들을 옹호하고 오히려 이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투쟁을 선언하고 전국 시도당도 'RO'의 내란음모 사건을 공안 탄압이라며 중앙당에 동조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RO'모임은 진보당의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측은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심판 모두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제기된 것으로 법무부와 검찰이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진보당측 정당해산심판 대리를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내란음모 사건에서 검찰은 당 차원의 행사가 아니고 별도 'RO'조직 모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당해산심판에서 법무부는 'RO' 모임이 통합진보당의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스텝이 꼬인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는 관계 없는 일부 법조인들 중에는 "내란음모 사건이든, 정당해산심판 사건이든 정부나 검찰이 충분한 고민 없이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욕심이 커 화를 자초한 격"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정부측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당측 역시 내란음모 사건에서 'RO' 모임을 진보당 경기도당의 활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든다.
정 부장검사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공산당 해산결정과 사회주의제국당 해산결정에서 내놓은 '귀속이론'에 따르면 정당의 주요간부 활동을 정당활동으로 보고, 일반 당원의 활동도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정당활동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는 이를 연결짓는 게 어려웠는데 진보당이 스스로 정당행사라고 주장해서 연결이 됐다"며 "진보당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어 "게다가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으로 나선 이정희 진보당 대표도 'RO' 모임이 당과 무관한 행사라고 선을 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해석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 될 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에서는 이 점을 가운데 두고 정부와 진보당측의 치열한 법리공방과 논리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첫 공판기일에 참석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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