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경기도 성남시에서 다섯살 딸을 키우는 차모씨(33세·여)는 최근 속상한 일을 겪었다. 새로 산 아동용 점퍼를 입은 딸이 계속 목과 팔 등을 긁기 시작한 것이다. 가려움증이 심해진 딸을 데리고 피부과를 찾은 차씨는 원인이 점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국산 점퍼에는 피부염을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염료가 사용됐던 것. 차씨는 이를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했고 소비자원은 점퍼업체에 제품 리콜을 명령했다.
소비자 안전과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제품 결함이 발견될 경우 업체가 이를 회수·교환해 주는 리콜(Recall)이 매년 1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안전을 위해 매년 품질점검을 강화하지만 줄지 않는 리콜 탓에 기업은 기업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비용 낭비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리콜건수는 자동차와 공산품, 식품, 의약품 등에 걸쳐 총 90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914건보다 소폭 줄었지만 2010년 이후 리콜은 1000건을 웃돈다.
◇식품·의약품 리콜 600건 넘어..경제적 비용 엄청나
특히 먹거리와 위생에 직결된 식품과 의약품 리콜이 전체 건수의 절반을 넘었고, 기기·기능결함이 곧 운전자의 사고로 이어지는 자동차 리콜도 매년 100건을 훌쩍 넘고 있다.
◇연도별 주요분야 리콜 현황(2014년 1월 기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산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산품 품질관리 담당하는 장금영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시장관리과장은 "제품의 안전성 조사부터 리콜 이행점검까지 실효성 있는 제품안전관리 체계를 정착시킬 방침"이라며 "올해는 170개 품목 4500개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번 리콜하는데 따른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제품마다 리콜 규모와 기간이 다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있는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처리비용은 기본이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비용이 엄청나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제품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소송비용 부담까지 생기고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많이 될수록 리콜로 인한 기업 손실은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리콜에 따른 비용부담은 자동차 업계가 특히 크다.
리콜 때마다 바꿔줄 차량 수가 많고 자동차 가격 자체도 비싸기 때문.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총 88만여대를 리콜한
현대차(005380)는 리콜 충당금 때문에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공산품 관련 리콜정보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다른 제품을 통해 리콜제품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매출이 급감하는 손해를 입는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최근 전국 100여개 기업에 대해 벌인 조사에서 기업은 리콜에 따른 매출감소(80.2%)를 가장 우려했다.
◇리콜피해는 소비자가 가장 커..기회비용까지 낭비
리콜에 따른 손실은 소비자가 가장 심각하다. 결함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각종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겪기 때문이다. 차씨처럼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리콜을 기다리느라 해당 제품을 못 쓰고 관련된 일을 하지 못하는 등 기회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기 전 리콜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가 제품을 쓰고 있는 중간에 리콜되는 '사후리콜'의 경우 소비자가 심리적 충격을 받고 심하면 관련 분야의 소비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리콜하지 않도록 기업이 책임감 있게 제품을 만들고 리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소비자가 입는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애초부터 제품을 믿고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리콜을 없게 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그러나 리콜이 하자품을 새것으로 바꿔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기 때문에 기업은 리콜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리콜 예산과 지원인력을 늘려 리콜에 따른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