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말도 안되는 상대방 주장에 대해 지나치게 심각하게 고려한다. 업계에서는 기초적인 기록만 봐도 누구 잘못인지 금방 안다. 답답하다."
"특허출원서 단어 하나하나의 문언적인 의미에만 집착한다. 그리고는 '출원서에 A라고 되어 있으니 A에 대한 기술만으로, A에 대해서만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다. 권리범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현직 지적재산전담부 법관들에 대한 특허전문 변호사들의 평가다. 물론 일부 법관들에 대한 평가이지만 판결에 대한 불만이 많다. 당사자로서 원, 피고인 일반 국민은 판결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불신감 까지 생긴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전국 법원 가운데 지적재산전담재판부가 있는 법원은 총 11개다. 고등법원 가운데에는 전담재판부 2개를 둔 서울고법이 유일하다. 지방법원 가운데에는 5개 전담재판부를 둔 서울중앙지법의 규모가 가장 크다.
◇전국 전담재판부 16개, 법관 40명
전국적으로 총 16개의 지적전담재판부가 있으며 단독판사 2명을 포함해 지적전담재판 법관은 모두 40명이다. 전담재판부 법관은 정기 인사시 본인들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보통 법원장의 사무분담을 통해 배치된다.
전담재판부는 민사재판부로 특허침해소송을 전담한다. 특허의 무효확인 등을 판결하는 특허무효소송과는 달리 특허침해소송은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종국적으로 묻는 소송이기 때문에 민사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기업을 비롯한 '특허 소비자'나 특허전문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법관들이 바로 특허침해소송을 맡는 지적재산전담재판부 법관들이다.
기업과 특허전문 변호사들은 법관들의 전문성과 관련한 문제로 '특허제도와 실무', 그리고 '소송상 쟁점이 되는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해당 기술이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특허권자는 권리를 어느 범위까지 주장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결국 손해배상 판결이나 가처분 결정에도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적재산 분야 사건을 20여년간 맡아 온 한 중견 변호사는 "일부 법관들의 기술적 이해에 대한 부족, 특허제도와 실무상 운영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전문성결여와 연관이 되어서 판단을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갓 부임한 법관들의 전문성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지적재산전담재판부 판사들의 짧은 근무연한도 전문성 문제를 가중시키는 중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2~3년후 교체..'맛'만 보고 간다
그에 따르면 법관이 특허침해소송을 제대로 지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년 이상 실무를 쌓아야 하지만 2~3년마다 한 번씩 순환이 되기 때문에 소위 '맛'만 보고 간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2~4년차의 문외한인 법관들이 배석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선무당' 시절에 내린 판결들이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결국에는 대법원에서 죄다 깨지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최근에는 부장판사들 중에도 특허침해소송을 해보지 않은 법관들이 배정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로, 대형로펌에서 특허사건을 맡고 있는 또 다른 변호사는 "특허침해소송도 특허기술을 이해해야 침해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전담재판부 법관들 중에 자신 없는 법관은 아예 특허심판원이나 특허법원의 판단을 기다렸다가 결론이 나오면 인용하기 위해 재판을 안 하고 질질 끌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적재산전담재판부 법관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법관 못 알아들어 졌다' 주장은 잘못"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은 기본적으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판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특허 전문가들인 변호사가 일반인인 법관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가 문제"라며 "변호사로서 법관을 제대로 설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법관이 못 알아들어서 졌다'는 식의 주장은 잘못"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관, 변호사가 모두 전문가로 구성돼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숙고해봐야 할 문제"라며 "당사자 중 적어도 일방은 일반인인 경우가 많을텐데 전문가들끼리 재판을 진행하다보면 일반적인 법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올 수 있어 오히려 재판과 국민을 괴리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든 영역에 고유한 전문지식은 있지만 법원에 들어온 이상 쟁점판단은 결국은 순수하게 리걸마인드로 해결해야 할 가치판단의 문제"라며 "의료소송만 해도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가치판단이 중요한 것이고 외부전문위원심리제도를 통해 객관적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의료인 출신 법관만 의료소송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선 법원의 한 지적재산전담부 법관은 "지적재산전담 법관의 전문성을 위해 연한을 길게 한다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허분야 다양..'연한 늘려 해결' 어불성설"
그는 "특허 한 분야에만 전자·화학·기계 등 여러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중 어느 한쪽만 전담한다면 몰라도 단순히 몇 년을 더 한다고 해서 변호사들이 주장하는 전문성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특허전문 변호사들은 이와는 별도로 지적재산전담재판부가 특허침해소송 과정에서 특허기술의 무효까지 판단하고 있는 것을 문제로 보고 있다.
종전까지 일반 법원의 지적전담재판부는 특허침해소송과 관련해 특허기술의 '신규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해왔지만 이보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진보성'에 대한 판단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2012년 1월 LG전자가 "드럼세탁기의 특허발명을 침해했다"며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상대로 낸 특허권침해금지 등 소송의 상고심에서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더라도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돼 그 특허가 심판에 의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허침해소송에서도 기술 무효 판단 가능"
이어 "신규성은 있으나 진보성이 없는 경우까지 법원이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 침해소송에서 당연히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종전 대법원 판결은 본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한다"고 밝혀 특허침해소송에서도 침해여부 판단을 위한 범위 내에서 특허기술의 진보성을 심리해 무효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을 명백히 했다.
이를 두고도 특허전문 변호사들은 "신규성의 판단도 쉽지 않은데 진보성까지 판단의 권한을 주는 것은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법원 관계자는 "무효소송과 침해소송의 결론의 불일치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사법판단의 일관성을 확보해 국민들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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