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집주인이 하루만에 가격을 3000만원 올려 달래요. 아예 도로 거둬들이는 분들도 있고요." (개포동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
21일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중개업소는 마치 큰 장을 맞은 것처럼 분주했다. 이미 와 있던 손님과 상담을 하는 중에도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는 통에 중개업소 직원들은 엉덩이 붙일 틈이 없었다.
이 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상담 도중 "지금 한 달 전 시세를 물을 때가 아니다"며 "매주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고 하면 믿겠느냐"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소형의무비율 폐지를 골자로 한 '2014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내놓자 1만4180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 할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들은 조금씩 살아나던 불씨에 휘발유를 끼얹은 것처럼 열기가 가득하다.
지난달 4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개포시영 전용면적 28㎡는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4억7000만원으로 호가가 오른 이후 다시 5억원까지 뛰었다. 집주인이 불과 하루만에 3000만원을 올리면서다.
개포주공4단지 전용 50㎡ 역시 매주마다 500만~2000만원씩 계속해서 올라 현재 7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고층 단지도 덩달아 상승세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최고점 대비 6억원 가까이 떨어진 7억9500만원에 거래되던 개포주공5단지 전용 83㎡는 최근 8억9000만~9억원까지 시세가 회복됐다. 지난해 말 급매물이 소진되고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가 버렸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9억1000만원에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해서 물건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지 내 부대시설인 월드스포피아와의 소송, 재건축 조합장의 배임 혐의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던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르는 등 분위기가 반전됐다.
둔촌주공1단지 전용 88.2㎡는 7억7000만원이던 호가가 7억9500만원으로 뛰었고, 고층인 3단지 99.6㎡도 7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에만 15건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며 "연초에 가격이 뛴 다음부터 주춤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재건축 관련 규제가 거의 다 풀리면서 소형에만 몰리던 수요도 중대형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열기는 강남권에서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북은 재개발 사업장이 대부분인데다, 그나마 있는 재건축 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등 고충이 적지 않다.
강북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노원구 공릉동 태릉현대 아파트는 지난해까지 5차례나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쟁 입찰과 수의 계약에서 모두 건설사들에게 외면 받은 이 사업장은 올해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지만 강남 등 인기지역에만 몰리는 수요를 어떻게 돌릴 지는 아직 미지수다.
태릉현대 재건축 조합관계자는 "21일 이사회를 하고 대의원회까지 거치면 다시 경쟁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며"지난해까지는 건설사들이 다들 어렵다보니 서울에 수주 자체를 하지 않은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그래도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정부 방침이 국회 통과라는 큰 산을 앞에 두고 있고, 통과 되더라도 개포주공처럼 사업이 끝물을 타고 있는 지구의 경우 사실상 혜택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개포주공2~3단지와 시영아파트는 현재 사업시행인가 신청 단계로, 올해 말까지만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초과이익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거의 집주인들 입장이고,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겠다고 해 바로 시장에 도입되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확정이 돼야 어느 정도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시장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로 가격이 갑자기 오를 경우 재건축 아파트의 과도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초과이익환수제인 만큼 오히려 국회 통과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강북은 기본적으로 강남이 움직이고 나서 따라가는 지역"이라며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사진=방서후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