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년, 전성기 맞은 사람들)③올드보이의 귀환
김기춘·서청원 등 新 386, 화려한 복귀
2014-02-25 14:00:00 2014-02-25 14:00:00
[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사람을 잘 써야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좋은 인재를 적지 적소에 배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국정 운영에 총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지도자 시대를 연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외교 및 국방 분야에서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반면 내치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인사 문제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더불어 임명 초기부터 뒷말이 무성했던 윤창중 전 대변인은 성추문 사건으로 경질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야권은 물론 여권 내의 직언도 무시하는 '나 홀로' 불통 행보를 보였다.
 
이후 박 대통령의 인사는 철저하게 과거로 회귀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신(新) 386' 인사다. 신386은 30년대에 태어나 80세를 바라보고, 60년대에 사회활동을 시작한 인사들을 총칭한다. 김기춘·서청원 등 국민 대다수가 잊고 지낸 올드보이들이 전격 귀환한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News1
 
◇ 유신의 추억.. 신(新) 386 대표주자 김기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예다. 김 비서실장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고 절대 충성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신(家臣) 형 인물이다.
 
김 실장은 신386세대의 대표주자로 박 대통령의 멘토 모임 '7인회' 인사 중 한명이며 '기춘대원군', '왕실장' 이라 불릴 만큼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구 집권 기틀을 다진 '유신헌법'을 설계한 김 실장은 정통 공안검사 출신으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근무를 거쳐 6공화국(노태우 정부)에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지난 91년 법무부 장관 재임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주도해 공안 정국을 이끌었고 14대 대선을 앞둔 92년 12월에는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당시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의 지원 방안을 불법으로 논의했다. 유명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이다.
 
김 실장은 이후 신한국당 공천을 받고 정계에 입문해 3선 의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특히 2004년에는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인 김 실장은 박 정부 출범 이후 보란 듯이 컴백했다. 김 실장의 취임은 공안 당국의 부활로 이어졌다. 첫 번째 화살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정조준했다. 지난해 8월 국정원은 이 의원과 진보당 인사에 대해 '내란 음모'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두 번째 화살 역시 진보당을 향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이 의원 수사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이 밖에도 야권은 윤석열 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 찍어내기, '참고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 소환 조사 등에서 김 실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비록 최근 들어 건강 악화를 이유로 김 실장이 사임할 것이란 소문이 정치권에 떠돌고 있지만 청와대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김 실장이 얼마나 더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를 지킬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떠난다면 빈자리는 클 것이라는 것이 여권 내의 주된 의견이다.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News1
 
◇ 화려하게 복귀한 '원조 친박' 서청원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7선·화성갑)은 자타공인 원조 친박이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 한나라당(現 새누리당)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상임고문을 맡은 바 있고 18대 총선에선 공천 학살 당한 친박계를 끌어모아 직접 '친박연대'를 결성, 박근혜 구하기에 앞장섰다.
 
서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이 인연이 각별한 이유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을 위해 절대 헌신을 보여왔다. 청와대에 김기춘 실장이 있다면 당에는 서 의원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서 의원은 이후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 당시 불법 헌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하고 옥고를 치른다.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차떼기 사건으로 수감된 후 두 번째 옥살이였다.
 
이 사건으로 서 의원은 '비리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고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의 재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었다. 실제로 그는 출감 후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고 지난 대선 때도 박근혜 당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 취임 8개월 만에 화려하게 재기했다. 화성 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된 것이다. 당초 여권 내부에서는 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공천 반대 움직임도 있었으나 당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등원 후 서 의원은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강창희 국회의장의 뒤를 이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차기 당권으로 선회한 모양새다. 여권 내에서는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서 의원과 함께 김무성·이인제 의원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서 의원이 현재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이해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고 야당과의 조율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것이다. 아울러 당내 의원들과의 원만한 스킨십 역시 큰 장점으로 뽑힌다.
 
그가 정치적 명예 회복과 박근혜 정부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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