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삼성전자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견제가 위협적이다.
과거 들러리에 불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장벽까지 넘으며 턱밑까지 빠르게 추격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현지시간으로 24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 축제인 'MWC 2014'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그대로 감지됐다. 굴뚝산업에서 첨단 IT산업까지, 중국의 기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中기업들, MWC 메인홀 집결..삼성 견제 '안간힘'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인 전시장인 3홀에는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자리했다.
◇'MWC 2014'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시장 메인 홀에 왼쪽부터 ZTE·화웨이·삼성전자가 자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삼성전자는 3홀에서 2169㎡ 최대 규모의 부스를 확보했다. 접근성 면에서 최적이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왼쪽 대각선에 ZTE가, 오른쪽 대각선에는 화웨이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상 포위 작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만 해도 중국 업체들이 한국기업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동반상승 효과를 누리려 했다"며 "이제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삼성과 대등한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 전시장을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홀을 찾은 한 관람객은 "메인홀에 들어오자마자 중국 업체들이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과 특히 삼성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며 "전 세계인의 눈길이 MWC로 쏠리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이런 식으로 삼성의 숨을 바짝 조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전했다.
◇中, 기술력 '일취월장'..스마트폰 3위 싸움 치열
이번 MWC에 참석한 중국 기업들을 보면 기술 뿐 아니라 브랜드 측면에서도 일취월장했다. 과거의 노동 집약적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중저가 브랜드에서 프리미엄으로의 도약이 느껴졌다.
화웨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능하게 하자(Make it possible)'는 문구와 함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마트가 눈에 띈다.
화웨이는 이번 MWC에서 차세대 모바일 시장을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라인업을 꾸준히 구축한 데 이어 손목시계형 '토크밴드'를 통해 '갤럭시기어'에 필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모토로라 인수로 단숨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로 오른 레노버는 '요가 태블릿 10HD+' 신제품을 선보였다. JD 하워드 레노버 모바일인터넷디지털홈(MIDH) 부문 부사장은 '3위 굳히기'가 아닌 "삼성전자와 애플을 꺾고 스마트폰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놨다.
ZTE도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내놨다. 최근 중국업 체들의 기술력이 국내 업체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일각에서는 위기설까지 제기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MWC 2014' 현장(사진=뉴스토마토)
중국 업체들은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는 화웨이가 MWC 출입 목걸이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전시장을 찾은 전 관람객들이 화웨이를 홍보하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터라 3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신경전이 대단하다.
미세한 변동은 있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애플·화웨이·LG전자·레노버 순이었다. 하지만 레노버가 모트로라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삼성·애플·레노버(6.2%)·화웨이(5.1%)·LG전자(4.8%)로 시장이 재편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상위 다섯 개를 한국와 중국이 양분하냐, 아니면 중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는 각 제조사들이 사활을 걸고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은 스페인에서 혈전으로 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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