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금융위기 이후 고수익을 쫓아 2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됐으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역풍을 맞은 지금, 투자자들은 앞다퉈 신흥국 시장을 탈출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에서는 현재의 조정장세를 이용해 신흥국 복귀 시점을 엿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신흥국 불안이 진정된 틈을 타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겠다는 투자자들이 늘며 사모펀드(PEF)와 채권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띄고있다.
그 동안 큰 리스크 탓에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프런티어 시장도 신흥국 위기에 대안으로 떠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정정불안과 외환위기 가능성 등이 커 신흥국 못지 않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흥국 증시 저평가"..확실한 반등신호 확인 후 투자해야
영국 국제재무분석사(CFA)협회가 이달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흥국 시장이 '매우 저평가 됐다' 혹은 '저평가됐다'로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9%로 조사 시작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시장이 저평가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2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타릭 벤사우드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최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일부 신흥국에서 정치적 문제와 외환 유출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신흥국 시장의 자산가치는 양호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흥국 시장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사모펀드와 국채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온라인 사모펀드시장 팔리코에 따르면 올해 모금된 신흥국 사모펀드는 연간환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2% 증가하며, 65억달러 이상이 투자됐다. 신흥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올들어 지금까지 발행한 채권도 약 298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0% 증가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확실한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신흥국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17주 연속 매도세가 이어지는 것은 과매도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VIX지수가 아직 직전 1년의 평균 수준에 걸쳐있는만큼 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다.
JP모건은 신흥국 투자를 위해서는 하향조정되고 있는 신흥국 경제전망을 돌릴만한 정책과 경제지표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남미보다는 경제전망이 비교적 안정적인 아시아가 투자에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변동성(VIX)지수 등에서 투자심리가 안정화되고 과매도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매수로 돌아설 것을 조언했다. 이같은 조건 하에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 역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신흥국 주식매입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평가절하된 신흥국 주식을 지금 매입하는 것은 성급한 행동일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흥국 추락 속 '프런티어시장' 비상(飛上)
프런티어 시장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프런티어 시장은 신흥국보다 규모가 작고 리스크는 큰 국가들로 선진국이나 신흥국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리비아·알제리·나이지리아, 중동의 두바이·카타르, 아시아의 베트남·카자흐스탄 등이 대표적인 프런티어 시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시장이 혼란을 겪자 일부 투자자들이 피난처로 프런티어 시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서치(EPFR)에 따르면 대표적 프런티어 시장인 중동·아프리카 주식형 펀드에 지난해에는 1억6447만달러가, 올들어 지금까지는 1135만달러 이상이 유입됐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17주 연속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들어 MSCI 프런티어 마켓 지수는 3% 이상 상승한 반면 MSCI 신흥국 지수는 4% 이상 감소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에도 신흥국지수는 12% 하락했지만 프런티어 마켓 지수는 16% 올랐다.
프런티어 시장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내수성장 등에 힘입어 현재 주춤거리고 있는 신흥국보다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까지 선진국 금융시장과 연결되는 부분이 크지 않아 미국의 테이퍼링 등의 영향에도 신흥국보다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 린치 웰스파고 스트래지스트는 "프런티어 시장은 매우 유용한 분산투자처"라며 "소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제성장 측면에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프런티어시장, 외환위기 전염 가능성 있어
하지만 최근 프런티어 시장에도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해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프런티어 시장이 올들어 격변의 위협에 놓여있다"며 "경제의 취약성으로 향후 더 큰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위기와 정정불안 등으로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프런티어 시장의 연쇄 외환위기설까지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는 올들어 20% 급락했고, 우크라이나의 그리브나화의 가치도 10% 추락했다. 카자흐스탄은 19%, 비교적 펀더멘털이 양호한 나이지리아도 3.5%의 통화가치 하락을 겪었으며, 가나는 통화가치 급락으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제이슨 투비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프런티어 시장 국가의 중앙은행이 최근 자국 통화방어에 실패하며 통화가치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며 "경상수지 적자 규모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외환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 국가로는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가나, 리투아니아, 파키스탄, 자메이카 등을 꼽았다.
지난 2011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민주화 혁명이 발생한 이후 내전과 종교 갈등으로 인한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돌발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시티그룹도 프런티어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과 커진 환율의 변동성, 과거보다 비싸진 밸류에이션, 최근 유입된 유동성 등을 감안할 경우 발을 빼는 적절한 시기는 지금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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