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CB에 쏠린 눈..추가 부양카드 꺼내나
"ECB, 기준금리 0.1~0.15%포인트 인하할 것"
LTRO·채권 불태화 중지 가능성 높아져
2014-03-06 17:30:06 2014-03-06 17:34:07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CB가 통화정책 회의에서 강력한 부양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조한 물가상승률에 신흥국 불안감이 더해지자 유로존에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왔다. ECB가 기준금리 인하, 채권불태화 중단 등 과감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다만, 최근 경제지표가 유로존 경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어 ECB가 화력을 아낄 것이라는 전망 또한 적지 않다.
 
◇고민에 빠진 드라기..기준금리 인하·채권불태화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유로존 경기 동향과 2016년 인플레이션 전망치 등을 참고해 오는 6일 통화정책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조한 인플레 탓에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만큼 최근 물가지표와 전망치가 ECB의 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최근 물가지표를 보면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8%로 목표치인 2%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로존 CPI는 지난해 10월 이후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0.7%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 이하로 떨어진 CPI는 11월과 12월 각각 0.9%, 0.8%로 저조한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 1월에는 0.7%로 꼬꾸라졌다.
 
◇2011~2014년 2월 CPI 상승률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처럼 지난 2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물가가 낮은 수준을 맴돌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 층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서 유로존에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단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레자 모가담 IMF 유럽담당 국장은 이날 "ECB는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를 바꾸고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막는 정책을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1~0.1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견했다.
 
루이기 스페란자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경제지표가 호전돼 ECB가 강력한 부양책을 단행해야 한다는 압박은 줄었다"며 "단, 물가하락 위험은 남아있어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ECB의 기준금리가 0.1%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견했고 골드만삭스는 0.1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날 ECB가 공개하는 2016년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면 금리는 동결될 수 있다. ECB가 내후년 전망치까지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NP파리바는 2016년 CPI 상승률이 1.7% 정도로 예상되면 금리 인하를 비롯한 추가 완화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쏙 들어갈 것으로 본다. 반대로 1.5%나 그 이하의 수치가 발표되면 통화 완화 요구가 거세져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리 인하로는 부족"..LTRO·채권 불태화 '관심'
 
인플레이션 수치를 떠나서 유로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통화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신흥국 불안감이 짙어진데다 민간 대출도 위축돼 별도의 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CB는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내고 기업과 가계를 상대로 한 민간 대출이 전년 동기보다 2.2%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에는 2.3% 감소하며 20년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바 있다.
 
완화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불안감에 신흥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또한 ECB의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드라기도 지난달 6일 "신흥국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얼마나 이어질지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신흥국 불안은 조기에 종료될 수도,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흥국 리스크에 민간경기 위축,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쳐지자 유로존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터저 나오고 있다.
 
바클레이스나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전문가들은 유로존이 디플레 위기를 의식하지 못한 일본은행(BOJ)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쯤되자 기준금리 인하로는 유로존 경제를 정상화 할 수 없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좀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ECB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인하했음에도 물가 하락세를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을 예로 든다. 지난 5월2일 ECB는 0.75%의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후 11월들어 0.25%로 또 한 번 금리를 낮춘 바 있다. 
 
때문에 금리 인하 대신 채권불태화(不兌化·Sterilisation) 중단 조치와 저금리장기대출(LTRO)로 금융권에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먼저 채권 불태화는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액과 같은 양의 유동성자금을 흡수해 통화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조치를 중단하면 시중에 통화량이 늘면서 양적완화 같은 효과가 난다.
 
자크 카일루 노무라증권 수석 유럽지역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불태화 중단이 이번 회의에서 거론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보다 불태화 중단이 매파 성향의 독일 중앙은행의 동의를 얻기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으로 시중에 1750억유로를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LTRO 또한 ECB 내에서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톨리 아넨코프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비록 이번 회의에서는 통화정책에 변동이 없을 수 있지만, 올 봄 말쯤에 ECB가 LTRO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식 자산매입도 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ECB가 매입할 공통의 유로존 채권이 없다는 점, 일부 국가의 자산매입을 단행할 시 정치적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직접 유동성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다.
 
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을 올릴 수만 있다면 올여름쯤 자산매입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좀 더 지켜보자"..제조업 PMI·민간소비 '햇살'
 
경제 회복세가 곳곳에 눈에 띄고 있다며 ECB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동안 수출이 전 분기 대비 1.2%, 투자가 1.1% 각각 증가했다.
 
소매판매도 늘었다. 유로존의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6%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또 지난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달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도 유로존 경제가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유로존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는 것 또한 긍정적인 부분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보다 0.3% 증가했으며 전년동기 대비로는 0.5% 호전됐다. EC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잡고 내년에는 1.8%까지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2013년 4분기 성장률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크리스티안 슐츠 베렌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은 보면 당분간 ECB가 디플레를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제조업이 비약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 또한 ECB의 부담을 덜어줬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2로 시장 예상치인 53.0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표만을 놓고 보면 ECB가 새로운 정책을 단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로렌스 부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ECB가 3월 회의에서 바주카포를 쏠 일을 없을 것"이라며 "돌아오는 여름이나 빨라야 4월쯤 금리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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