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일단 대한의사협회의 완패다. 개원의들의 파업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가운데, 전공의들마저 결의와는 다르게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생계 부담에 정부의 강경대응마저 압박요인이 되면서 대다수 동네병원들이 전일 파업에 돌입한 10일 병원 문을 열었다. 전공의들도 병원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으로 파업에 가담하지 못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내분 등도 파업을 꺼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곧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의사협회의 대정부 협상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의료대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여론마저 정부의 강경조치에 대해 우호적이란 게 정부 측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의료계 파업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자 '불법 집단휴진'으로 규정하고, 의사면허 취소 등 행정적 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다.
상황은 하루 만에 급반전했다. 중심에는 전공의들이 섰다.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24일부터 예정된 2차 전면파업에 동참키로 결의하면서 꺼져가는 듯 했던 불씨가 다시 살아오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0일 모든 과 의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서울대병원은 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공의 전수투표를 거쳐 이번 의료계 총파업 동참 여부를 결정한다.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10일 저녁 긴급 수석 전공의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2차 총파업에 전원 참석키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미 10일 파업에 나섰던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2차 파업에 합류한다.
이른바 서울권 빅5 대형병원 중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이번 총파업에 가담키로 한 것. 전공의들의 파업 합류가 확산되면서 향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 여부가 주목 받게 됐다.
앞서 10일 강행된 의료계 총파업에는 정부 집계 31%(4800명), 의협 집계 42.2%(7190명)의 전공의들이 참여했다. 8일 대표자 회의 결의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도다. 전국 전공의 숫자는 1만7000여명으로, 이들은 대형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로 수련 중인 의료계 필수인력이다.
다만 난제는 존재한다. 동네 병원가를 형성하고 있는 개원의들의 참여 여부다. 동네병원이 집단휴진에 돌입할 경우,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몰린다. 이를 수용할 전공의들마저 공백일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한다. 일대 혼란이다. 때문에 개원의들의 참여 여부가 이번 파업을 가늠할 열쇠인 것이다.
의사협회는 일단 11일부터 하루 8시간씩 주 5일 40시간 '적정근무'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들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17일부터 가운에 검은 리본을 부착해 투쟁의 뜻을 피력하기로 했다.
의협은 이어 24일부터 29일까지 6일 동안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2차 대정부 투쟁이다. 특히 전면파업에는 응급실과 수술실 등 필수 진료인력들도 포함해 전원이 참여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계 집단휴진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본부와 일부 지역의사회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의료계 총파업 찬반투표가 위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물러설 수 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재의 기류도 있어 물밑 접촉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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