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귀환'..D램 치킨게임 재점화
"삼성전자 20나노 D램 공정으로 연내 50% 출하량 상승"
D램 시장 공급과잉 기정사실화..D램값 경쟁·낙폭 커진다
2014-03-12 19:32:09 2014-03-12 19:36:1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면서 2분기부터 본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D램 시장은 98~99% 수준의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을 나타내며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췄다. 이가운데 점유율 1위 삼성이 다시 물량 공세에 나서자 D램 업계에서는 또 한 번의 '치킨게임'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내부적으로 20나노 D램 공정전환과 함께 D램 판매가격을 소폭 낮추고 한동안 답보 상태였던 PC D램시장 점유율 확대에 돌입할 계획이다. 20나노 D램 공정은 2~3개월 뒤 모바일 D램에도 적용하는 등 모든 D램 사업부문에서 생산성을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양산 로드맵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이 연내 기존 D램 생산량의 최대 50% 수준으로 출하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평균판매가격은 10% 수준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50% 수준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릴 경우 전체 D램 시장 공급량이 최대 10% 수준 늘어나게 된다.
 
경쟁자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20나노 D램 개발 및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과 확실한 양산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마이크론의 경우 주력 라인이 아직 30나노대로 미세공정 기술이 한참 뒤쳐져 있다.
 
통상 D램의 경우 낸드플래시 대비 20나노 진입이 훨씬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셀(정보저장의 최소단위)이 트랜지스터 하나로 구성돼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D램은 셀이 트랜지스터와 캐패시터 적층구조로 구성되기 때문에 미세화가 비교적 까다롭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더블 패터닝 방식을 적용한 25나노 미세공정에서 한동안 답보 상태를 보였다. D램 업체들이 기존 20나노의 벽을 뚫기 위해서는 쿼드 패터닝을 적용하거나, 혹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 방식 모두 상용화 단계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EUV 장비 업이 기존의 더블 패터닝을 개량한 방식으로 20나노 진입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쿼드 패터닝이나 EUV 장비를 쓰지 않고, 기존 설비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20나노 공정 개발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한 번 D램 시장에서 기지개를 펴면서 올 초부터 하락 보합세를 보여온 D램 가격은 더욱 큰 낙폭을 그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D램 현물거래가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초 20나노 D램 공정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가 이미 반영돼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0나노 D램 양산과 함께 기존 생산라인에서 30나노 미세공정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같은 공장에서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욱 많은 D램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는 면에서 업계에서는 경각심을 갖고 보고 있다"며 "D램 치킨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후발주자들에게 더욱 어려운 형국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달 중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20나노 D램.(사진=삼성전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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