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현직 법관의 행정관료 등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최성준 내정자가 판사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판단돼 발탁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차관급이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가게 되면 장관급으로 승진하게 되는 셈이다.
◇황찬현 감사원장(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왼쪽)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사진=뉴스토마토DB)
현직 법관이 곧바로 행정관료로 등용되기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10월 당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새 감사원장으로 내정했다.
당시 현직 법원장이었던 조용호, 서기석 법원장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김용헌 법원장이 헌재사무처장으로 각각 취임하면서 법원장이 공석인 곳은 이미 특허법원과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원 등 3곳이었다. 여기에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이동하면서 법원장 공석이 4곳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잇따라 현직 원장급 인사를 다른 중요 보직에 내정함으로써 법원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013 국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잇따라 현직 원장급 인사를 다른 중요 보직에 내정해 현재 사법부 내 법원장급 공석이 4곳이나 발생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며 "청와대가 3권 분립의 한 주체인 사법부의 인사체계를 무시하는 것으로 법원의 조직 안정화 측면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최 내정자의 경우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관들을 고위 행정 관료로 등용하면서 법관들의 ‘줄대기’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최 내정자가 전문성이나 경력, 인격, 공직관 등에서 흠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위 행정관료를 자꾸만 법원에서 뽑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은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개개의 독립된 사법부라는 특성이 있는데 ‘법관 뽑아가기’가 관행화 된다면 사법부 인사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관, 특히 고위법관 출신이 정부 등 고위 관료로 가게 될 경우 그동안 소신껏 재판해왔던 판결이 정치적으로 해석과 시비에 휘말릴 수 있고, 남아있는 후배 법관들도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민들로서는 판결에 매우 민감한데 당사자로서 국가와 소송했던 사건을 담당했던 법관이 정부 관료로 간다면 국민들로서는 법관이 ‘줄대기’를 했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법원장 외에 최 내정자와 같이 직접 재판을 하고 있는 법관을 뽑아갈 경우 재판상 공백도 우려된다.
최 내정자도 이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일 걸리는 것은 재판을 막 시작해서 일부 당사자와는 기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걸 다 놓고 가려니까 당사자들에게 죄송하다.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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