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들어 폭락에 가까운 하향세에 접어든 가운데 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되레 반가운 기색이다. 낸드 가격 하락세가 반도체 사업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성장 발판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SD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 30% 가격 하락에 이어 올해 역시 20~30% 수준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낸드플래시 거래가격이 무려 14% 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조만간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가동, SK하이닉스의 우시공장 정상화 등이 변수로 작용, 추가적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느긋한 표정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마이크론, 도시바 등 주요 낸드 업체들은 ASP 하락에 따른 실적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낸드 가격 하락과 함께 SSD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회사는 낸드플래시가 탑재되는 SSD를 기업용 엔터프라이즈향, 노트북향 등 다양한 루트로 판매하고 있다. 현재 SSD 시장은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25.2%)를 중심으로, 2위 인텔(19.6%), 3위 샌디스크(13.7%)가 '탑3'를 수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SSD로만 총 2052만달러(221억7800만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가 단순 반도체 제품인데 반해 SSD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기존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비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현재 250GB~256GB 제품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500G에서 1TB 수준의 제품 역시 빠른 속도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필연적으로 수익성 한계에 맞닥뜨리게 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SSD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일례로 기존의 HDD 수요가 모두 SSD로 전환된다고 가정할 때, 기존 디스크 드라이브의 몇 배 수준으로 시장 규모가 팽창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SSD가 탑재되는 데스크탑, 노트북, 울트라북 등 각 부문별 성장률이 연평균 39%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PC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등장한 울트라북향 SSD 성장률은 48%에 달할 전망이다. SSD의 평균 가격 또한 연 평균 11% 수준의 하향세가 점쳐진다.
아이서플라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1~2월과 같은 가격 흐름을 나타낼 경우 당초 기대보다 SSD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가운데 낸드 단품 판매구조에서 SSD 중심 구조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가장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실제 점유율 면에서도 삼성전자의 SSD 시장 공략 속도는 경쟁 업체 대비 가장 빠르다. 전체 낸드 시장에서는 도시바 등에 추격당하는 모양새가 뚜렷하지만 이익 창출폭이 큰 SSD 시장을 따로 뜯어보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도시바, 마이크론과 10~17%포인트 수준으로 점유율 격차를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통상 SSD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낸드플래시 기술과 컨트롤러 기술력인데 특히 삼성이 컨트롤러 부문에서 큰 장점을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 시중에서 가장 빠른 SSD 제품이 삼성이 2년 전 내놓은 ‘840 프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점유율뿐만 아니라 기술 리더십도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1테라바이트 SSD 모델 '840 EVO'.(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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