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1집 낸 이승환 “공들인 정규 앨범, 일종의 자존심”
2014-03-26 07:55:28 2014-03-26 07:59:42
◇11집 앨범 '폴 투 플라이'를 발매한 가수 이승환. (사진=드림팩토리)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공연의 신’, ‘사운드의 장인’. 가수 이승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1000회 이상의 라이브 공연과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얻은 타이틀이다.
 
그런 이승환이 약 4년 만에 11집 앨범 ‘폴 투 플라이’(Fall to fly)로 돌아왔다. 두 장의 CD로 구성되는 이번 앨범의 전편에 해당하는 ‘폴 투 플라이-전(前)’의 음원은 26일 공개됐으며, ‘폴 투 플라이-후(後)’는 하반기 발매될 예정이다.
 
이승환은 11집 앨범을 위해 약 3년 동안 녹음 비용으로만 3억 8000만원을 투자했다. 미국 LA 헨슨 스튜디오와 내쉬빌 오션웨이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진행됐고, 총 녹음 시간은 1820시간이었다. 그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만난 이승환은 “해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고, 신경을 쓰면 사운드가 확실히 다르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1%가 쌓여서 10%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앨범에 대해선 꼭 잘 돼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며 “일단 자신감은 있는 것 같다. 타이틀곡이 쉽고 대중 친화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28일과 2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이승환옹 특별 회고전+11’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공연과 쇼케이스를 연다.
 
다음은 이승환과의 일문일답.
 
-오랜만의 앨범이다. 11집 앨범을 발표하는 소감은.
 
▲예전 앨범에 비해 사운드에 더 많이 신경을 쓴 만큼 더 밀도 있고 촘촘한 사운드가 될 것 같다. 요즘은 앨범 발표 후 거의 2주 만에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시대라서 떨리기도 한다. 마케팅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해본 것이 처음이라서 고무적인 분위기가 있긴 하다. 전편이 성공해야 후편을 발표할 예정이다.(웃음)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고 많은 것들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앨범을 2CD로 제작하게 됐다. 내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주로 30~40대인데 이번 앨범은 10~20대들도 좋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시끄럽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앨범이다.
 
-앨범의 타이틀인 ‘폴 투 플라이’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 되는 줄만 아는데 사실 1997년부터 꾸준한 내리막길이었다. ‘비상을 위한 추락’이란 말은 내 개인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다. 또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1번 트랙에 실린 동명의 노래는 체념하거나 답답해하는 청춘을 위로하는 곡이다.
 
-지난 앨범과 비교했을 때 이번 앨범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음악적인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타이틀곡인 ‘너에게만 반응해’는 예전 히트곡인 ‘사랑하나요’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R&B 요소가 있는 곡들도 있는데 예전에 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노래는 아니다. 예전의 것들을 좀더 심화하고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다. 너무 많은 변화를 꾀하면 대중과 너무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앨범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정규 앨범을 두 장의 CD로 만들었고, 뮤직비디오도 다섯 편이나 제작했다.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이 주를 이루는 요즘 음악 시장에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데.
 
▲물론 앨범에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특히 나처럼 10년 동안 히트곡이 없는 사람은 미래가 불투명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선 차라리 비정규 앨범을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디지털 싱글로 한 곡만 발표하는 것은 싱어송라이터로서 억울한 기분이 든다. (공들인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은) 일종의 자존심과 사명감이 어우러진 느낌이다.
 
-‘너에게만 반응해’를 피처링한 가수 이소은을 비롯해 배우 이보영, 랩퍼 MC메타 등 많은 사람들이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사람이 피처링을 해줬으면 했다. 타이틀곡의 경우엔 예쁜 목소리가 필요했고, 예쁜 목소리는 이소은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이소은에게 연락을 했더니 한국에 나갈 일이 있으니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더라. MC메타가 참여한 곡은 ‘내게만 일어나는 일’인데 리듬과 비트가 없는 노래에 랩을 하고, 내가 쓴 가사를 이해하면서 표현하려면 1세대 언더그라운드 랩퍼인 MC메타처럼 내공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보영의 경우엔 기존 가수에게 없는 새로운 목소리를 찾던 중에 함께 작업하게 됐다. 마케팅 면에서 이슈도 될 거라 생각했다.(웃음) 노래도 잘하더라. 15분 만에 녹음을 끝냈다.
 
-데뷔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인 것 같다. 올해 1월 1일이 딱 되는데 다리에 힘이 빠지더라. 예전엔 녹음을 하면서 열 시간을 계속 서서 했는데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땐 두 시간 녹음하고, 또 다음날 두 시간 녹음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서 있는 것이 힘들어서 그랬다.(웃음) 요즘엔 공연 때도 의자에 많이 앉는 편이다.
 
-데뷔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변화가 있나.
 
▲처음엔 음악이 너무 좋아서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인기를 얻고 여자친구가 생겼을 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벌 수 없지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다. 앨범마다 아끼지 않고 투자하다 보니 2006년에 발표한 9집 때부터 녹음비와 제작비를 음원이나 음반 판매비로 메꿀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데뷔 때의 앨범을 돌아본다면.
 
▲1집과 2집은 팬들이 좋아하지만, 스스로에겐 가장 창피한 앨범이다. 모든 면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그냥 한 느낌이다. 당시에 다행히 너무 폭발적으로 좋아해주셔서 스스로도 깜짝 놀랐고, 스스로 교만해졌던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뮤지션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70세가 돼도 록 페스티벌에 서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 나는 발라드 가수보다는 모던록 계열의 뮤지션을 지향한다. 또 후배들이 성원을 보내는 나이 많은 선배가 되고 싶다. 예순이 넘어도 후배들이 같이 놀고 싶어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어른들의 권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늘 어린 후배들과 친구처럼 지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난 아이돌 음악도 좋아하고, 내 패션 롤모델은 지드래곤이다. 예전에 지드래곤 공연을 몰래 가서 본 적도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