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기업들이 자국의 높은 세율을 피해 해외에 1조달러에 육박하는 현금자산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무디스 자료에 따르면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해외에 쌓아둔 자산은 모두 9470억달러로 전년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전체 현금보유량 1조64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자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금융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꺼린다는 증거"라며 "해외자산을 본국으로 들여와 세금을 내기 보다는 계속 해외에 묶어두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들은 미국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근거로 면세기간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기업들의 해외자산은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인만큼 면세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세제개편 논의는 정체된 상태다.
또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은 자본시장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기업들은 투자확대 같은 불확실성에 베팅하기 보다는 현금 보유를 선택하며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자사주매입이나 배당금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미 기업의 전체 현금보유량은 전년동기대비 12%(1800억달러) 증가했으며, 지난 2007년과 비교했을 때에는 두배 가까이 늘었다.
고 스티브 잡스가 경영할 당시 보수적인 자산 운용을 보였던 애플 마저 지난해에는 330억달러를 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현금 보유량이 가장 많은 업종은 기술업종으로 전체 현금보유량의 39%를 차지했으며, 이어 헬스케어 업종이 15%로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애플의 현금보유량이 전년대비 9.7% 늘어난 1590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버라이즌, 화이자 등이 현금보유량 상위 5개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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